중국, 개방형 AI 생태계 약진
미국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추격자의 자리를 넘어 개방형 AI 생태계 선두권에 진입했다. 미국이 폐쇄형 전략을 강화하는 사이 중국 모델들이 오픈소스 생태계를 기반으로 전 세계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딥시크가 지난달 30일 정식 버전을 공개한 모델 V3.2가 오픈AI의 GPT-5와 여러 추론 벤치마크에서 동급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수학·알고리즘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한 V3.2 스페셜 모델에 미국 수학대회(AIME) 문제를 풀게 한 결과 96점을 받아, 제미나이 3.0 프로(95점)의 점수를 넘어섰다. 이 모델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등의 문제에서도 금메달 수준 점수를 기록했다.
딥시크는 “V3.2는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필요할 때 검색이나 계산 같은 일을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첫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언어모델, 챗봇 서비스를 넘어 에이전트형 AI로 AI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하는 최근 흐름과 맞닿아 있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계산까지 해내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단순히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AI의 핵심 특징이기 때문이다.
중국 AI 모델들은 이처럼 향상된 성능을 바탕으로 오픈소스 AI(누구나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AI)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픈소스 AI 모델 플랫폼을 운영하는 허깅페이스가 지난달 말 발표한 오픈 인텔리전스 경제(EO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중국산 신규 오픈소스 모델 다운로드 점유율은 17%로 메타 등 미국 오픈소스 모델의 점유율(15.8%)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중국이 미국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오픈소스 AI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감소하고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일련의 흐름들을 중국이 개방형 AI 생태계에서 미국을 실질적으로 추월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문샷AI가 지난달 오픈소스로 공개한 ‘키미 K2 씽킹’(Kimi K2 Thinking)도 주요 벤치마크 평가에서 미국 AI 기업 모델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픈AI·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폐쇄형 대형 모델 전략을 강화하는 사이, 중국 기업과 커뮤니티 기반 개발자들은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가진 폐쇄형 모델들이 여전히 성능 면에서는 일부 앞서있어도 누가 더 많이·더 넓게 쓰이느냐라는 새로운 경쟁 기준에서는 중국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실제로 쓰는 기본 모델의 표준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모델이 더 많이 쓰이느냐가 기술 지형을 결정하는 만큼 이는 AI 영향력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신호로도 읽힌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는 지난달 말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수많은 스타트업들 개발자들이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AI 모델을 쓴다”며 “AI가 점점 발전해 일반인공지능(AGI)에 다다르게 되면, 중국은 이것 또한 오픈소스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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