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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손가락으로 문질러 그려낸 아야코 록카쿠의 '귀여운'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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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눈 큰 소녀 작품 넘어 조각과 추상으로 확장

    회화·입체·조각 아우른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토탈미술관에서 내년 2월 8일까지

    연합뉴스

    아야코 록카쿠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43)가 2일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맨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그의 손가락에 물감이 묻어 있다. 2025.12.3. laecorp@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처음 그림을 그리다 손가락에 아크릴 물감이 묻었고, 그걸 골판지에 문질렀는데 촉감이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케치나 밑그림 없이 맨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즉흥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하는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43)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고, 19세 때 공원에서 우연히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을 시작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그는 일본 미술계에서 구사마 야요이,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의 뒤를 이을 작가로 꼽힌다. 이미 경매 시장에서 그의 작품은 억대에 거래되고 있다.

    록카쿠의 회화 신작을 비롯해 조각 작품과 각종 평면 입체 작업 등을 볼 수 있는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Breathing with the Chaos)가 오는 5일부터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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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오는 5일부터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에 설치 중인 조각 작품. 2025.12.2. laecorp@yna.co.kr


    록카쿠는 따뜻하면서 알록달록한 색을 주로 쓰며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녀가 등장하는 '귀여운'(kawaii) 작품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대형 조각 작품이다.

    2일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의 오른손에는 분홍색 물감이 묻어 있었다. 개인전 개막을 사흘 앞두고 조각 작품의 마무리 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록카쿠는 "전시장 1층에서 유리 천장을 통해 지하 전시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여서 위에서 보면 구름처럼 보이고 내려와 보면 구름 속에 사는 생명체들이 보이는 조각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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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오는 5일부터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에 전시된 나무 화병들. 2025.12.2. laecorp@yna.co.kr


    전시는 미술관 1층 강렬한 '핫핑크' 카펫에서 시작된다. 관객은 폭신한 질감의 핫핑크 카펫을 밟으며 록카쿠가 구축한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이어 록카쿠 특유의 색감과 큰 눈의 소녀가 그려진 나무 화병들이 놓여 있고, 옆 모니터에서는 우주의 모습이 재생된다. 이 영상은 인공지능(AI)에 록카쿠의 작품을 학습시킨 뒤 실제 우주 사진 위에 그의 회화적 요소를 반영해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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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오는 5일부터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에 전시된 설치 작품. 2025.12.2. laecorp@yna.co.kr


    지하 전시장에서는 그의 연작 '우주전쟁'이 전개된다. 록카쿠 특유의 소녀가 우주선을 타고 행성을 넘나드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여러 평면 회화를 겹치거나 펼쳐서 배열한 설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상상한 우주 공간이 입체적으로 확장된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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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코 록카쿠 2025년 작 '무제'
    [토탈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는 록카쿠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작품들은 그의 자아를 상징하는 눈 큰 소녀의 형상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작업에서는 형상이 점차 사라지고 색채의 진동으로 화면이 채워진다. 눈 큰 소녀는 화면 어딘가에 숨어 있다.

    록카쿠는 "지금은 추상과 구상의 어디쯤인 것 같다. 경계가 없는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귀여움'은 남기려 한다. 중심은 잃지 않고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감을 만질수록 생동감과 신선함이 더해지는 느낌"이라며 "과거에는 감정 표현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세밀함과 기술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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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오는 5일부터 서울 종로구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 '혼돈과 함께 숨쉬기'에 전시된 작품들. 2025.12.2. laecorp@yna.co.kr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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