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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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여의도로 달렸다.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는 국회 안팎에서 분투한 정치인·시민·군경·취재진 123명의 증언을 한데 엮은 구술집이다.
책은 '하나의 현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계엄 발동이라는 비상 사태에 맞서, 누가 왜 국회로 향했고 무엇을 했는지, 이름이 알려진 인물과 이름 없는 시민의 목소리를 같은 무게로 배치한다.
누가 먼저 움직였는가, 어떤 두려움이 있었는가, 무엇이 그 두려움을 눌렀는가. 우원식 의장의 월담과 본회의장으로의 진입, 안귀령의 맨손 저지, 김예지의 배리어 앞에서의 망설임, 특전사 출신 배우 이관훈의 설득, 대학원생·환경미화원·생산직 노동자·자영업자·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꺼내든 결심이 이어진다.
증언 사이사이를 메우는 것은 헬기 굉음, 낙엽이 뺨을 때리던 감각, '혹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족에게 남긴 문자, 그리고 국회 전체의 불을 켜 숨은 사람을 감추려 한 국회 직원들의 '작은 묘수’ 같은 세밀함이다. 감정의 진폭은 크지만 문장은 절제되어, 독자는 '그때 그곳’의 물살로 자연스레 들어간다.
책은 '대표 서사’를 거부한다. 여야 정치인 이름들이 나열되지만, 영웅담에 매이지 않는다. '계엄군과 대치하다 텔레비전에 비친 아버지를 본 아이의 질문’, '케이블타이에 묶일 뻔한 기자의 트라우마’ 등이 동등하게 호명된다.
각 증언은 하나의 '사건’을 넘어, 제도와 일상, 언어와 신체가 만나는 지점을 겨냥한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세우지 않고, 그 밤의 '연쇄’를 드러내는 편집 윤리가 돋보인다.
편집 리듬도 눈에 돋보인다. 긴 구술 뒤에는 '그날 그곳에 있었던 시민의 목소리’가 붙어 다층의 코러스를 만든다. 정치인들의 발언은 행위의 맥락과 맞물려 배치되어 과장과 폄하를 비켜간다.
책은 마지막에 '덕분에’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누가 누구를 구했다기보다, 서로가 서로를 버티게 했다는 고백. 그래서 이 책은 특정 사건의 연대기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공적 감각’을 복구하는 사용설명서에 가깝다.
△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제작팀·유종훈 지음/ 이야기장수/ 1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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