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일 경찰청에 따르면 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 사건의 송치율은 2021년 28.0%에서 2022년 25.1%, 2023년 23.1%, 지난해 21.0%, 올해(1~10월 기준) 20.8% 등 매년 감소세다.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접수되는 고소·고발 사건은 매년 9000~1만여건에 이르는데, 10건 중 8건은 검찰에 넘겨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은 까다롭다. 공연성,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의 적시,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공익적 차원에서 사실을 언급하는 경우엔 참작 사유가 된다. 감정적 차원의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도 송치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법조계 관계자는 "직장 내 갈등 과정에서 오간 메신저 내용 등을 근거로 명예훼손 고소를 제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플랫폼에 게시된 글·댓글 등에서 발생한 명예훼손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피의자 특정조차 쉽지 않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들은 자국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명예훼손성 글·댓글 게시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혐의는 인정되나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잦다. 자영업자 A씨는 스레드에서 지속적인 허위 리뷰 글을 올린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했으나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4월 수사 중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감정적으로 고소부터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사실을 말해도 형사처벌되는 현행 명예훼손죄는 정의와 공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을 위해 사실의 공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런 공익적 목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