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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내신, 학생 수 많은 학교가 무조건 유리할까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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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선 한국기술부사관고등학교 수석교사

    뉴스1

    권혁선 한국기술부사관고등학교 수석교사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학교 학생 수가 고등학교 선택 시 가장 큰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현재 내신 5등급제 시행으로 내신 1등급 비율이 10%로 고정됐으며, 이에 따라 전체 학생 수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1등급 확보가 쉽다. 종로학원은 학생 수 기준 300명 이상 학교가 내신 등급 확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학교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연 그럴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학생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학생이 300명이면 1등급이 30명이기 때문에 200명인 학교의 20명보다 유리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내신 유불리의 절대적 기준은 숫자가 아니다. 학생의 성취도가 더욱 중요하다. 소위 학군이 좋은 지역의 학생은 1등급이 같은 30명이어도 경계선에 있는 학생의 불안감은 더 클 것이다. 비록 작은 학교이지만 구성원의 학업 성취도 분포 비율에 따라 숫자가 적어도 1등급에 대한 체감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일부 지역 2025학년도 1학기 전 과목 1등급 추정 학생 비율이 공개됐다. 서울 1.72%(일반고 평균 학생 251.7명), 부산 2.07%(181명), 경기 1.74%(249.1명)이다. 학생 수가 많은 서울과 경기에 비해 학생 수가 적은 부산의 1등급 학생 비율이 오히려 0.3명 많다.

    다음 표의 학교당 학생 수는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자치구별 학교 1개당 평균 학생 수를 서울시 교육지원청별로 정리했다. 서울시교육청 연도별 학생부 변동 현황의 1~3학년 전체 학생 수 변동이 ±2000명에 불과해 3개 학년으로 나눠 산출했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이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고1 1학기 내신 등급 비율 현황 자료(강서·양천 2.19%, 성북·강북 1.85%, 중부(용산) 1.8%, 강동·송파 1.78%와 성동·광진 1.78%, 남부 1.73%, 동부 1.71%, 강남·서초 1.51%와 동작·관악 1.51%, 서부 1.5%, 북부 1.44%)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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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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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과목 1등급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강서·양천구의 학교당 학생 수는 232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러나 학교당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강남·서초구의 1등급 학생 수는 1.51%로 중간 이하다. 중부교육지원청의 학교당 학생 수는 158명으로 가장 적지만 1등급 학생은 1.8%로 상대적으로 높다. 학생 수가 많은 대규모 학교와 학군이 좋은 지역이 내신 관리에 유리할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결국 작은 학교는 내신에 불리하다는 보도는 교육을 사칙연산으로만 보는 일반화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과목 편성이 어렵다는 언론 보도도 많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작은 학교도 5등급 내신제에서 6명이면 과목 편성이 가능하다. 이 경우 1등이 1등급이다. 6명의 10%이면 0.6명이다. 0.6을 반올림해 1등이 1등급이다. 이론적으로는 5명도 1등급이 산출되지만 5등급이 없어 6명부터 석차 등급을 표기한다. 학생 수가 적어도 교사만 충분하다면 교육과정 편성 운영이 가능하다. 작은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문제라기보다는 교육과정 운영을 담당할 교사가 부족해 개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담당 교사가 없는 경우 2~3개 학교를 연계해 공동교육과정, 온라인 교육과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도심의 작은 학교, 읍면 단위 학교의 학교 교육과정을 조정해 학교 간 연계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도록 한다면 작은 학교도 학생 수요에 대응한 교육과정 편성 운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석차 등급을 표기하지 않는다. 순수 내신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언론의 표현대로 무조건 불리한 것만 아니다.

    대체로 작은 학교는 3학점보다 4학점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4학점이면 학생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만, 여유로운 학습 시간을 보장하고 정기고사 평가 과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교육과정 운영에는 도움을 주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부족한 교과목을 학교 간 연계 순증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한 교육과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는다.

    결국은 작은 학교도 지도 교사가 충분하고 교육지원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내신에 불리하다는 언론 보도는 공연한 불안만을 일으키는 언론 플레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우려를 지우기 위해 원도심 및 읍면 단위 고등학교의 경우 별도 교사 정원 규정이 필요하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 일방적인 프레임으로 교육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절대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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