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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부동산] "전세금 반환 분쟁, 단순 미지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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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훈 기자]
    국제뉴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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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뉴스) 이병훈 기자 = 전세금 반환 분쟁이 단순히 '집주인이 돈을 안 돌려준 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계약 해지 통보 시점, 임차권등기 시점, 이사 시점, 공탁 처리 시점 등 절차별 타이밍이 얽히면서, 사실상 '시점 싸움'에 가까운 양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 관련 1심 소송은 7,789건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분쟁이 이미 구조적 위험으로 확산됐다고 평가한다.

    4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전세금 반환 문제는 돈을 돌려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가 전체 분쟁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며 "특히 해지 통보·등기·이사 순서가 잘못 잡히면 회수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약 종료를 앞두고 세입자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부분은 해지 통보 시점이다. 우리 민법은 의사표시의 효력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발생하는 도달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해지 의사표시가 임대인에게 도달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된다.

    이때 내용증명 우편은 도달 사실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어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활용되지만,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도 상대방이 실제로 확인했거나 확인 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이 입증되면 해지 의사표시의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문자·카톡은 통보 시점과 확인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쉽게 발생해 분쟁 리스크가 크다. 엄 변호사는 "해지 통보의 출발점은 도달 시점이며, 어떤 방식이든 도달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어야 전세금 반환 절차 전체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해지 통보 이후에는 임차권등기와 이사 시점이 가장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다. 최근 대법원 2024다326398 판결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만으로는 기존 대항력이 유지되지 않으며,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이사해 점유를 상실하면 그 즉시 대항력이 소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입자가 등기를 신청해두었다는 이유로 먼저 이사를 나갔다가, 등기 완료가 지연되면서 배당 순위가 뒤바뀌는 추락 위험에 빠지는 사례도 잦다. 엄 변호사는 "등기보다 이사가 먼저면 대항력은 사라지고, 이는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한순간에 크게 낮춘다"며 "전세 분쟁에서 시점 하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임대인이 소송 도중 일부만 공탁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최근 변화다. 공탁금은 일단 수령하면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공탁 시점과 문구, 금액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이자 먼저 상계 후 원금을 공제하는 상계 순서를 적용해야 해, 공탁금을 무조건 받았다가 원금이 남아 추가 소송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엄 변호사는 "공탁은 단순히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받고 어떻게 상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세금 반환 분쟁은 이미 단순 미지급 사건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해지 통보의 도달 여부, 등기·이사 순서, 공탁 처리 방식까지 모든 절차가 '시점 관리'라는 하나의 핵심축을 중심으로 결합하며 복합적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분쟁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분쟁이 발생하기 직전 단계에서 어떤 시점에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라고 강조한다.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 분쟁은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정확한 시점에 움직이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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