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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저출생에 줄어드는 우유 소비…유업 3사가 택한 생존실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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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생·대체음료에 흰 우유 소비 '뚝'

    유업 3사, 저당·식물성·단백질로 포트폴리오 확장

    분유 매출 급감…중장년·시니어 시장으로도 눈 돌려

    내년부터 FTA 관세 0%…유업계 대응 전략 고심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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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른 출생률 감소에 식생활 변화까지 덮치면서 국내 우유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매일유업·남양유업·일동후디스 등 국내 주요 유업체들은 더 이상 흰 우유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진단하며, 저당·저자극 제품과 단백질·요거트·성인 영양식 개발 등을 통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우유 소비 급감…저출생에 대체음료 확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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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우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1년 444만 8459kg이던 우유 소비량은 2024년 389만 4695kg으로 줄었다. 1인당 소비량도 같은 기간 86.1kg에서 76kg으로 감소했다.

    유업계는 출생률 저하를 우유 소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를 가장 많이 마시는 아이 수가 줄어들면서 기본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웰빙 열풍과 함께 식물성 음료를 비롯한 각종 음료의 선택지가 확대됐고, 동시에 유당불내증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우유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흰 우유 소비가 계속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교·군 급식 등 과거에 대량으로 우유를 납품했던 채널이 줄어든 점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학교나 군에 우유 납품을 예전만큼 많이 하지 않는 것도 수요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전했다.

    유업계, 흰 우유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확장 시동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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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유업계는 기존 흰 우유 중심에서 탈피해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먼저 식물성 음료 수요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식물성 음료는 과거 채식주의자들 중심으로 소비돼 시장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우유를 기피하는 소비자와 친환경 소비층을 중심으로 '대체 우유'로 자리 잡았다.

    한국 채식연합은 2008년 15만 명에 불과하던 채식 인구가 2018년 150만 명으로 늘고, 2022년에는 250만 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매일유업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매일두유', 캘리포니아 프리미엄 아몬드로 만든 아몬드음료 '아몬드 브리즈', 핀란드산 통 귀리를 갈아 만든 귀리음료 '어메이징 오트' 등 다양한 식물성 음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동시에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우유를 약 20년 전부터 선보이며, 우유 섭취 후 복통이나 설사 등의 증상을 겪는 유당불내증 소비자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공략했다.

    남양유업은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맞춰 저당·무가당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불가리스 설망 무첨가 플레인'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초코에몽 Mini 무가당'을 선보였다.

    일동후디스는 세 회사 중 가장 극적인 전환을 택했다. 저출생으로 분유 매출이 급감하자 분유 회사에서 성인 영양식 회사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섰다. 산양유 기반 기술을 살려 내놓은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이 대표적이다.

    기존 산양 분유 설계를 성인용으로 바꾸어 출시한 이 제품은 중장년·시니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단일 상품 매출이 재작년 1650억 원, 지난해 1500억 원, 올해는 1천억 원대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한다.

    여기에 더해 산양유는 소화·흡수가 쉽고 모유와 유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유아 분유 시장에서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출생아 수 감소에도 산양 분유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내년, 미국·EU산 수입 우유 관세 0%

    노컷뉴스

    매일유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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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떠오른 변수는 내년부터 미국·EU산 유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가 철폐되면서, 국내 유제품 시장이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 압박에 본격적으로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파른 우유 소비 감소 속에서 이미 어려움을 겪는 국내 유업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매일유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돼온 점을 감안해 식물성 음료·락토프리·유기농 프리미엄 우유 등으로 선제 대응을 해왔다고 설명한다.

    남양유업은 저관세 수입산 유제품 유입을 예의주시하면서, 건강기능식품·단백질 음료를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수입 멸균 우유와 달리 국내 우유는 생산 후 약 3일 만에 매대에 오르는 만큼 신선도와 영양도에서 우위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동후디스의 경우 주요 원료가 뉴질랜드·호주산이어서 미국·EU FTA의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완제품을 수입하는 구조 탓에 환율 변동에는 더욱 민감하다. 환율이 오르면 입고가가 즉각 상승하지만, 국내 소비자 가격은 쉽게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회사는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긴축 재정을 유지하며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관세 인하로 수입 멸균 우유의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국내 유업계에 미치는 즉각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0%가 돼서 수입 멸균 우유 가격이 더 낮아져도,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가 품질이나 제조사를 신뢰할 수 없는 수입 멸균 우유를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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