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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횡설수설/우경임]“초인공지능 10년 내 등장, 인류는 금붕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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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금붕어에 빗댈 만큼 금붕어는 하찮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5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을 언급하며 “인류는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이 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범용일반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면 ASI는 인간보다 1만 배 뛰어난 지능을 가진 기술이다. AI가 인간을 금붕어로 만들 만큼 똑똑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 “ASI가 10년 이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AI 긍정론자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도래를 예상한다. 인간을 초월한 지능이 출현하면 금붕어가 인간의 행동과 의도를 이해할 수 없듯, 우리가 AI의 행동과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손 회장은 “이제는 우리가 AI를 통제하고, 가르치고, 관리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AI와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고 어떻게 동기화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빅테크들은 AS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타는 7월 초인공지능연구소(MSL)를 설립해 AI 연구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구글은 딥마인드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슈퍼인텔리전스팀’을 꾸려 ASI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지능을 가진 ASI가 등장하면 질병, 빈곤, 에너지 등 인류의 난제도 ‘1+1’을 계산하듯 쉽게 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붕어가 수조라는 인간이 만든 완벽한 생육 환경에서 살듯이 말이다.

    ▷인간이 금붕어가 되고 AI가 만든 세상이 수조가 된다면 축복일까, 재앙일까. 손 회장은 낙관적으로 봤다. 그는 “우리가 강아지를 죽이려 하지 않는 것처럼, AI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ASI가 우리를 공격하거나 먹을까 봐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금붕어를 키울 때 수조 물을 갈고, 적당한 수온을 유지하고, 시간에 맞춰 먹이를 주는 것처럼 ASI도 인간을 그렇게 돌볼 것이란 예상이다.

    ▷2014년 저서 ‘슈퍼 인텔리전스’로 ASI 출현을 예고한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지난해 출간한 ‘딥 유토피아(Deep Utopia)’에서 AI가 인간보다 모든 일을 잘하게 된 세상을 그렸다. 일하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질병 정복으로 늙지 않는 세상이 왔다. 인간은 풍요롭긴 하지만 삶의 목적을 찾기 어렵고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다. 남을 돕는 봉사, 모성을 발휘하는 육아처럼 인간의 마지막 영역이라 믿었던 일까지 AI가 오류 없이 잘할 수도 있다. 어쩌면 AI가 인간을 해치는 것보다 더 두려운 미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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