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5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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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잇따라 공개한 안보 문서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빠졌다. 미국은 4일 내놓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우선순위를 미국 본토와 대만 방어, 중국 억제 등에 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북한이라는 단어조차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이 지난달 27일 20년 만에 발표한 군축·비확산 백서에서도 과거 줄곧 강조했던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사라졌다.
미국의 최상위 대외전략 지침인 NSS는 미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수행할 외교안보 정책의 나침반과도 같다. 그런데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도 어김 없이 등장한 비핵화 대목이 삭제됐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핵국가’ 표현을 거듭 쓰는 상황이다. 한미가 30여 년간 공유해 온 북한 비핵화 목표가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중국의 공식 문서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사라진 것은 미국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 축이었던 중국이 사실상 북핵 용인으로 돌아서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중국은 9월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선 4차례 정상회담 때 빠짐없이 들어갔던 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3월부터 대외 공식 발표에서 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도드라지는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만남에 매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이다. 10월 방한 계기 러브콜이 무산된 이후 내년 4월 방중을 예고한 만큼 그즈음 북-미 회동을 다시 추진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논의를 거부하는 김정은과의 회담을 성사시키려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받아들이는 사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이를 미국과 협의하지 않은 채 북-미 회담만 기다리는 건 우리 안보를 불확실성의 위기로 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내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했지만 관건은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이다. 본토 안전이 최우선인 미국이 자국을 겨냥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폐기 같은 군축 협상으로 기울고 중국이 이를 묵인한다면 북핵을 머리에 인 한국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아무리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더라도 북핵 협상의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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