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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과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를 위해 횡단보도의 초록불 신호를 더 길게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배스·버밍엄·엑서터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나이와 노화(Age and Ageing)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1110명의 보행속도를 분석한 결과 횡단보도 설계 속도인 초당 1.2m를 충족하는 노인은 전체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소 편안한 보행 속도로 걸을 경우, 노인 100명 중 1~2명만이 신호가 바뀌기 전 도로를 무리 없이 건널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측정한 어르신들의 평균 보행속도는 초당 0.77m였다. 이는 대부분의 영국 횡단보도 설계에 사용되는 가정치 1.2m/s보다 훨씬 느린 속도다.
평균적인 고령자는 5m 폭의 도로를 건너는 데 약 6.5초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국 보행신호는 약 4초에 불과해 2초 이상 부족한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배스대 행동 과학자 맥스 웨스턴 박사는 “현재의 횡단 시간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노인에게 비현실적일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안전 문제만이 아니라 독립성, 신체 활동, 사회적 연결에 대한 잠재적 장벽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모든 것은 노년기에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고령, 근력 감소, 균형 능력 저하 모두 느린 보행속도와 관련이 있었으며,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걷는 속도보다 최소 50% 이상 더 빨리 걸어야 평균적인 도로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행속도를 ‘0.7m/s’ 기준으로 설계하면 더 많은 고령자가 안전하고 자신 있게 도로를 건널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행신호 시간 연장’, ‘조명·경사로·보도 폭 등 보행 안전 설비 개선’, ‘고령자 우선 보행 환경 구축’ 등 도시 설계 기준 개선안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상황은 영국과 비슷하나 일부 개선된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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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횡단보도 초록불 시간은 일반적으로 걷는 속도를 초당 1m로 가정한 후 횡단보도에 발을 들여놓을 때 필요한 시간 7초를 더해 정한다. 예를 들어 폭 10m 도로라면, 10초(1미터당 1초)에 7초를 더해 17초가 된다.
다만 전통시장과 병원 인근 등 고령자 통행이 많은 전국 1000개의 횡단보도는 올해부터 초당 0.7m 기준으로 보행신호를 기존보다 30% 늘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고, 보행 중 사망자의 67%가 고령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를 더욱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93/ageing/afaf345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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