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 올해 ‘최저치’
대출 제한 이후 실수요자 타격 불가피
부족한 매물·높은 호가 지속될 듯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고 아파트 매수 심리가 2개월여 만에 꺾인 것으로 나타난 지난 3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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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에 종사하는 전문직 신혼부부 A씨는 최근 막판까지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다 결국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키로 했다. 10·15 대책 이후 대출 총액이 6억원으로 제한된 탓에 더 많은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씨는 “아무리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아도 대출은 불가피하다”며 “소득으로 원리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데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아파트 ‘거래 절벽’이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고소득 전문직 실수요자들까지도 주택 매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의 연말 대출 영업이 아예 중단되자, 살 수 있어도 내 집을 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거래 72% 급감…‘대출절벽’ 현실화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50건으로 전월(8474건) 대비 72% 급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이른바 비상계엄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연초(1월·3344건)보다도 더 낮은 수치다.
주요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이 서울 시내에 설치한 ATM기기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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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1만1264건) 새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예고되면서 1만 건을 넘겼다.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라는 강력한 대출 정책이 나온 6·27 대책 이후 7월에는 4145건으로 급감하더니, 또 9월이 되자 내성이 생긴 시장이 한강 변 주변 주택을 집중 매수하면서 8640건으로 다시 튀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10·15 대책 직전까지도 8000건대가 유지되다가, 대책 시행 이후 거래는 급감했다. 12월 들어서는 7일 기준 주택 매매 거래 수가 194건에 그쳤다.
특히 10·15 대책은 6억원 이상 주담대를 금지하는 데 더해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엔 4억원, 25억원 초과한 경우엔 2억원으로 제한하면서 고소득 실수요자들도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원천 차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B씨는 “주변에도 모두 비슷한 전문직이지만, 대출 제한을 걸어버리니 다들 신혼집을 구하는데 한계를 느낀다”며 “집을 못사니 다들 불안을 느낀다”고 전했다.
대출절벽에 실수요자 타격
정부의 직접적인 대출 제한뿐 아니라, 은행들의 대출영업 종료도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은행들은 지난 달부터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영업을 거의 조기 중단하다시피 했다.
실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올해 실행분 취급을 중단했고,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 신청을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별 가계대출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은행들이 올해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영업을 조기 중단한 건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담대 금액 제한과 함께 은행들을 향한 대출규제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대책에서 올 하반기(7~12월)부터 금융권의 대출 총량을 기존 대비 50% 수준으로 조정토록 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가능 금액이 애초 대비 10조~20조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에서만 약 3조6000억 원의 대출 총량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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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묶인 실수요자들은 임차계약으로 주거 불안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특히 약 2년의 주거 안전성을 보장받는 전세의 경우 서울 내 총 매물이 약 1년 전(3만2231건) 대비 23.1% 감소한 2만4810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한 번 꺾인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마나 언제 다시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현재 강남권 주요지역에서는 급매물들 중심으로 거래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매물과 높은 호가에 멈칫하는 매수자들의 모습도 보인다”며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하더라도 글로벌 국채 장기금리 상승, 환율 상승 등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계절적 성수기 등 전통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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