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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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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엔 구글이었는데, 2025년엔 오픈AI가…가동해버린 ‘코드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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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의 오픈AI…‘제미나이’로 따라오는 구글

    세계일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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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2월, 구글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미국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공개되고 전 세계 검색 습관과 IT 질서가 흔들리며 ‘구글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쏟아지면서다.

    충격은 빠르게 비상 체계로 이어졌다. 구글은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하고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직접 AI 전략 회의에 상주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까지 호출해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클로드’라는 AI 챗봇을 개발 중이던 앤스로픽과 제휴 관계를 맺고 4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긴급 조치를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앤스로픽은 오픈AI에서 갈려자 나온 업체였다.

    2023년 구글이 처한 위기감이 ‘코드 레드’라는 말 하나로 요약됐다면, 2년이 흐른 뒤인 최근의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이제 코드 레드를 울리는 쪽은 오히려 오픈AI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오픈AI는 이달 말 공개 예정이던 GPT-5.2의 출시를 앞당기며 개발 일정을 비상 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일정 당김이지만 실제 배경은 더 절박하다. 최근 1년 사이 급격히 성장한 구글 ‘제미나이’ 시리즈, 특히 ‘제미나이3 프로’가 높은 성능과 ‘나노바나나 프로’ 등 이미지 생성·편집 기능을 앞세워 오픈AI의 아성을 본격적으로 흔들기 시작해서다.

    데이터는 변화의 속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 집계를 보면 1년 전 87%에 달했던 챗GPT 생성AI 트래픽 점유율은 이달에 71.3%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제미나이는 5.7%에서 15.1%까지 세 배나 치고 올라왔다.

    ‘제미나이3 프로’는 성능 평가에서도 우위를 드러냈다. 이용자 기반 벤치마크인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즉시 1위를 차지했고, 박사급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HLE’에서도 GPT-5를 크게 앞섰다. 오픈AI가 내부적으로 ‘중대 경보’ 상황을 선언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전 직원에게 ‘다른 업무를 내려놓고 모델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내부에서는 ‘마늘’이라는 코드명의 차세대 모델까지 거론되며 반격 준비가 한창이다. 제미나이의 추격 기세를 꺾지 못하면 ‘2년 만에 역전되는 플랫폼 패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정에 가깝다.

    더 큰 변화는 사업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오픈AI는 대규모 적자와 인프라 투자 압박 속에서 수익화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업무용 메신저 ‘슬랙’ CEO 출신 데니스 드레서를 최고매출책임자로 영입하며 기업 고객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겼다. 혁신의 상징이던 오픈AI가 이제는 ‘생존을 위한 상업화’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2023년과 2025년의 ‘코드 레드’는 단순한 회사 간 경쟁이 아니라 AI 패러다임 전환의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2023년에는 챗GPT 등장으로 구글이 위협을 받았다면, 올해는 생태계를 지배하던 오픈AI가 제미나이의 성장세를 물리치기 위해 비상등을 켜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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