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2 (금)

    강박장애+틱 장애… 정신질환들 같이 발병하는 이유 찾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연구팀, ‘네이처’ 발표

    전 세계 105만 명 데이터 분석

    유전에 환경 요인 결합해 발병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박장애 환자에게 틱 장애가 함께 나타나거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가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겪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여러 정신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원인이 규명됐다. 유전적으로 밀접한 정신질환이 5개의 그룹으로 나뉜다는 연구 결과다. 향후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앤드루 그로칭거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교수팀은 14개의 소아기 및 성인기 발병 정신질환에 대한 유전적 요인을 규명하고 특성화한 연구 결과를 10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14개 정신질환은 조현병, 양극성장애, 주요우울장애(MDD),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ASD, ADHD, 강박장애, 틱장애(투렛 증후군), 알코올 사용장애, 대마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 오피오이드 사용장애, 섭식장애(AN)다.

    연구팀은 14개 정신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가 서로 얼마나 겹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했다. 지금까지 여러 정신질환을 동시에 겪는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어떤 유전자 변이가 여러 질환에 공통으로 관여하는지 자세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14개 질환을 앓고 있는 전 세계 105만620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4개 질환은 주요 유전자 변이가 같은 5개의 그룹으로 구분됐다. 강박 요인, 조현병-양극성 요인, 내재화 요인, 물질중독 요인, 신경발달 요인이다.

    강박 요인에는 섭식장애·강박장애·틱장애가, 조현병-양극성 요인에는 조현병·양극성장애가, 신경발달 요인에는 ASD·ADHD가, 내재화 요인에는 MDD·외상후스트레스장애·불안장애가, 물질중독 요인에는 알코올 사용장애·대마 사용장애·니코틴 사용장애·오피오이드 사용장애가 포함됐다. 14개 정신질환이 유전적으로 고립된 개별 질환이 아니라 5개의 공통된 유전자 변이 축을 토대로 발현된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조현병-양극성 요인으로 분류된 질환은 흥분성 뉴런처럼 현실 인식·사고·지각을 담당하는 회로의 신경세포 유전자, 내재화 요인 질환은 희소돌기아세포 전구세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희소돌기아세포 전구세포는 신경을 감싸고 신경 신호 전달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희소돌기아세포가 되기 직전 단계의 줄기세포다.

    연구팀은 또 그룹에 관계없이 14개의 질환 발병 위험을 공통적으로 높이는 유전 위험 요인을 찾아냈다. 태아기 뇌 발달 과정에서 억제성 신경회로가 형성되는 단계에서 유전자 변이가 생길 경우 발병 위험을 공통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은 보통 청소년기 이후에 증상이 강해지지만 위험의 씨앗은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로 공통된 유전자 변이에 따른 정신질환을 해석할 수 있게 돼 정신질환 분류, 진단,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연구 데이터가 유럽계에 편중돼 있어 인종적 다양성을 반영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아브델 압델라우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병원 교수는 “정신질환은 여러 유전 요인이 스트레스, 외상, 사회 요인 등 환경 요인과 상호작용해 발병하는 것”이라며 “조현병-양극성 요인 질환 위험성을 높이는 유전적 요인은 창의력, 도전정신 등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유전 요인을 정신질환 선별이나 차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