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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은 “쓰레기”?…통계는 No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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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SJ 분석 보도…미국서 정착 10년 이상 땐 일반 인구와 소득 비슷

    15년간 재정 기여 ‘24조원’…“받은 지원금보다 세금 더 많이 납부”

    경향신문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브린은 “나 또한 난민이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7개 이슬람 국가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6세에 구소련에서 유대인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브린은 이후 래리 페이지와 함께 구글을 창업해 미국의 기술 패권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난민이 미국 사회에 통합돼 막대한 경제적 이바지를 한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이민자의 총격 범행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난민 심사를 중단하고 이전에 승인된 망명 건에 대해서도 재검토에 착수하는 등 사실상 난민 프로그램을 중단한 상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아프리카너(백인 네덜란드 이민자들의 후손)만 난민으로 수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난민으로 입국한 소말리아 이민자들에 대해 “쓰레기”라는 혐오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사례와 통계는 미국에 입국한 난민들이 “쓰레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 보건복지부 등 여러 연구자료를 분석해 난민의 미국 내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정부 지원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2017년 노트르담대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미국 내 난민의 경제적·사회적 결과’ 논문에 따르면 난민은 정착 초기에는 미국 시민에 비해 교육 수준이 낮고 언어가 능통하지 않아 취업률이 낮고 복지급여 수급률이 높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나면 상황이 역전돼 이들이 정부 지원금으로 받는 금액보다 세금으로 내는 금액이 더 많았다.

    미 복지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연구 또한 난민들이 미국 재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05~2019년 난민, 망명 허가자 및 그 직계가족이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을 추산한 결과 이들은 메디케어 등 복지급여를 받아 7234억달러(약 1066조원)의 지출을 발생시켰다. 그러나 같은 기간 7394억달러(약 1090조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총 160억달러(약 24조원)의 재정적 기여를 한 것이다.

    이민 관련 비영리단체 ‘뉴아메리칸 경제’가 2017년 발간한 보고서는 난민들이 미국에서 창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5년 기준 미국의 난민 출신 기업가는 18만명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이는 비난민 이민자 창업률(11.5%)과 미국 출생 인구의 창업률(9%)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그해 난민들이 운영한 사업체는 46억달러(약 6조7800억원)의 사업소득을 창출했다.

    난민들은 다른 이민자나 미국 출생 시민보다 소득이 낮은 경향을 보이지만, 미 복지부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난민들의 가구 중위소득은 미국 일반 인구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5년 이상 거주한 난민의 연간 가구 중위소득은 6만7000달러(약 9870만원)로 미국 전체 가구 중위소득보다 1만4000달러(약 2062만원) 높았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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