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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변곡점에 선 숙취해소제 시장…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접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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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동아 김동진 기자]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변곡점에 서 있다. 그간 천연물 원료와 자극적 마케팅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시장은 2025년부터 인체적용시험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구조적인 재편이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올해 “술 깨는 또는 숙취해소”라고 광고하던 제품 89개를 점검한 결과, 9개 제품은 실증자료 미흡으로 보완을 요구했다. 일부 제품은 “효과 근거가 약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상 허용되는 제품 형태를 젤리·환 등으로 제한하다 보니, 단기간에 ‘헛개나무 기반 젤리·드링크’로 제품 획일화가 일어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국내 제조 기반의 경우 OEM·ODM 의존도가 높고 대부분 원료도 중국·동남아에서 수입하는 등 저가 경쟁과 과장광고 논란이 반복되면서 숙취해소제 시장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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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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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물 기반 숙취해소제 과학적 한계 명확하다는 지적 이어져

    숙취해소제 시장은 오래전부터 천연물 기반의 ‘항산화·항염 기반 증상 완화’와 ‘간편함’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접근은 과학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임상과 특허, 기전 등 의료데이터 기반의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유사 제품이 수십 종 쏟아진 상황이다.

    이에 식약처는 올해부터 숙취해소제의 기능성 실증 기준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변화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변화 ▲복용자의 주관적 숙취 개선 정도 등 세 가지 지표 모두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아직 정량적 기준이 모호하고, 제조 기준 역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과 GMP(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간 선택이 가능하도록 유연하므로, 심의 통과가 곧 과학적 효능 입증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소비자가 무슨 기준으로 제품을 고를 것이며, 과학적 검증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김원용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숙취해소제 ‘닥터락 깨유’ 선보여

    이같은 상황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R&D 기업 럭스바이옴이 주목받는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김원용 대표가 설립한 럭스바이옴은 알코올 분해→아세트알데히드 저감→간 염증 완화로 이어지는 작용기전을 규명한 숙취해소제를 12일 출시했다.

    김원용 대표는 지난 30년간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며 242편의 SCI 논문, 55건의 특허를 보유했으며, 2018년 장영실상을 수상한 ‘항 로타바이러스 분유’ 개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나 미생물 자체를 의미하며, 인간의 몸에 서식하며 공생하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오타와 게놈의 합성어다.

    럭스바이옴은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오라클과 손잡고 김원용 대표의 지난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표적 소재 플랫폼, ‘판지놈마이너 AI(PANGENOME MINER AI)’를 개발했다. 해당 플랫폼은 특정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적합한 표적 소재를 AI가 빠르게 찾아 매칭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럭스바이옴은 판지놈마이너 AI를 활용해 간질환 치료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알코올·아세트알데히드 대사 유전자를 가진 균주(LB1022·LB1025)를 확인했다. 이 균주는 adh, adhE, adhR 등 알코올 대사 관련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 마이크로바이옴 수준에서 알코올 분해→아세트알데히드 저감→간 염증 완화로 이어지는 작용기전이 규명됐다.

    럭스바이옴은 해당 기전을 미국 컬럼비아대학병원 마이크로바이옴 센터와의 공동연구에서 추가 데이터로 확인했으며, 장내 유익균(아커만시아) 증가 및 장·간 축 개선 효과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에서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 이중분해 특허도 획득해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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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스바이옴이 규명한 숙취해소제 닥터락 깨유 기전 / 출처=럭스바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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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용 대표는 “그간의 연구 성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영유아 장염 억제 분유 등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제품을 만들며 보람을 느꼈다. 최근 혼탁해지는 숙취해소제 시장을 바라보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제품을 선보여 시장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숙취해소제 닥터락 깨유(Dr.Lac KYOU)를 출시하게 됐다”며 “닥터락 깨유를 개발하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깨유의 기술이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과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ALDH2*2 변이를 보유한 인구는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으로, 한국·일본·중국·대만에 30%~50% 인구가 집중됐을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변이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을 떨어뜨려 술을 먹으면 얼굴이 빨개지거나, 심장이 뛰는 등 불편 증상을 유발한다. 즉, 소량의 음주에도 숙취가 심한 체질은 단순한 개인차가 아니라 유전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알코올·아세트알데히드 대사 유전자를 가진 미생물 기반 제품은 이런 체질을 가진 인구에게 작용 기전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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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스바이옴이 선보인 숙취해소제 닥터락 깨유 / 출처=럭스바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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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어 “닥터락 깨유를 복용한 후 중앙대병원에서 인체적용 시험을 실시한 결과 알코올 배출 속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됐으며, 숙취 원인물질로 알려진 혈중 아세트알데히드도 감소했다. 두통·피로감·메스꺼움 등의 주관적인 숙취 증상 완화도 설문을 통해 확인했다. 앞으로도 숙취해소제는 이처럼 기전의 투명성, 임상 근거뿐만 아니라 유전체, 특허, 논문 기반의 재현 가능한 데이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럭스바이옴은 이처럼 원천기술·임상·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을 기반으로 향후 질환별로 확장이 가능한 메디푸드·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것이다.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와 데이터 중심 헬스케어 모델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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