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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대 MASH 치료제 선도하자" 글로벌 제약사들 각축전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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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간 치료제 개발 최신 동향



    FGF21, 섬유화 3~4단계까지 치료

    제약사 100억 달러 넘게 투자 경쟁



    유한양행 ‘YH25724’ 국내 첫 개발

    미·일·유럽 글로벌 1상 시험 마쳐

    중앙일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의 새 장이 열리면서 간·대사 질환 분야가 제약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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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간 질환 치료제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2023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명칭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으로 공식 개편되고, 2024년 첫 승인 치료제(레즈디프라)가 등장하면서다. 그동안 치료 옵션이 부족했던 분야에서 선택지가 넓어지자 시장은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간·대사 질환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대규모 인수·제휴 전략을 펼치고 있다.

    MASH 치료제 개발의 중심축도 달라졌다. 초기 THR-β 기반의 1세대 약물에서 GLP-1 등 인크레틴 기반의 2세대를 거쳐 최근엔 ‘FGF21(Fibroblast Growth Factor 21)’ 계열이 3세대 치료제로 부상했다. FGF21은 간·지방·근육 대사를 폭넓게 조절하며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내분비 호르몬으로 ‘간 기능을 조율하는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한다. 간 질환 전반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 기능 조율하는 지휘자’ 같은 역할



    기존 승인 약물은 주로 섬유화 1~3단계에서 제한적 효능을 보여왔다. 최근 개발 중인 FGF21 유사체(analog)는 섬유화 3~4단계(중증 섬유화~초기 간경변) 환자에게서도 조직학적 개선 가능성을 보여 기술적 가치를 드러냈다. 간이 이미 많이 굳어버린 경우에도 되돌릴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셈이다. 치료 옵션이 사실상 전무했던 고위험군 환자에게 큰 의미를 갖는 성과다.

    그만큼 투자 규모도 달라졌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FGF21 기반 자산을 둘러싼 초대형 거래가 잇따랐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GSK다. 지난 5월 GSK는 미국 보스턴 파마슈티컬스로부터 장기 지속형 FGF21 유사체인 ‘에피모스페르민 알파’를 확보하기 위해 선급금 12억 달러(약 1조7648억원), 최대 20억 달러(약 2조9414억원) 규모의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9월에는 로슈가 후기 임상 단계의 ‘페고자퍼민’을 보유한 89bio를 약 24억 달러(최대 35억 달러)에 사들였다.

    노보노디스크도 경쟁에 가세했다. 10월 노보노디스크는 임상 3상 단계의 ‘에프룩시퍼민(EFX)’을 확보하기 위해 아케로테라퓨틱스를 선급금 47억 달러(약 6조9113억원), 최대 52억 달러(약 7조6487억원) 규모로 인수했다. 이 세 건만 합쳐도 올해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이는 FGF21 계열이 향후 MASH 표준치료의 핵심축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보여준다. 다중 기전, 후기 임상 단계 진입, 고위험군에서도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 그 근거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FGF21 기반 간·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MASH를 1차 적응증으로 설정하고 해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후보는 유한양행의 ‘YH25724’가 현재로선 유일하다. 이는 FGF21과 GLP-1을 하나로 묶은 ‘듀얼 구조’로 설계됐다. 전임상 연구에서 지방간과 섬유화를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미국·유럽·일본에서 글로벌 1상 시험도 마쳤고, 다국적 제약사와 초기 임상을 진행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YH25724, 지방간·섬유화 동시 개선



    YH25724는 두 가지 기전을 한번에 구현한다. FGF21은 지방간과 섬유화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GLP-1은 체중과 대사 기능을 조절한다. 이 복합 기전은 기존 단일 GLP-1 계열 치료제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차세대 구조를 지닌다. 적용 범위도 넓다. 비만·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MASH·섬유화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다중 작용제’ 전략과 잘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기술 가치 재평가 가능성은 물론, 해외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한양행이 FGF21·GLP-1 이중 작용제를 국내 최초로 본격 개발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에 이은 또 하나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으로, 간·대사 질환 분야에서도 글로벌 신약 경쟁 구도에 진입했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이제 섬유화 개선까지 다루는 3세대 MASH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고위험 환자에게서도 조직학적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 FGF21 계열이 자리한다. 표준치료가 부재했던 고위험군에서 FGF21 기반 신약이 새로운 치료 지형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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