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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한국 남성, 커피 잘 마시게 태어나…'이 병' 걸릴 위험 30%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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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심교의 내몸읽기]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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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성이 커피를 마시면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인(커피 섭취)과 결과(대사증후군 예방)'의 가능성을 더 뚜렷하게 확인한 연구여서 주목된다.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신다연 교수팀은 5만명 이상을 추적한 한국인 유전체·건강 코호트(KoGES-HEXA) 자료를 활용해, '멘델 무작위화'(Mendelian randomization,MR)라는 방식으로 분석했다.

    멘델 무작위화(MR)는 사람이 태어날 때 무작위로 정해지는 유전적 차이(SNP, 단일염기 다형성)를 이용해, 특정 요인(예를 들면 '커피 섭취')이 실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SNP는 사람마다 DNA(유전자)의 특정 한 글자(염기)가 조금씩 다른 유전적 차이를 말한다. 이런 차이는 개인의 체질, 대사, 식습관 반응 등을 결정하는 단서다.

    신다연 교수팀은 '원래 커피를 많이 마시도록 태어난 사람'과 '커피를 적게 마시도록 태어난 사람'의 SNP 차이를 바탕으로, 생활습관·몸무게 등 대사증후군 발생과 관련한 여러 변수를 배제하고, 커피의 순수한 효과(대사증후군 예방)를 찾아내는 데 주력했다. 일반적으로 멘델 무작위화는 관찰연구보다 훨씬 실제 인과성(원인-결과)에 가까운 결론을 내리는 연구방법으로 평가된다.

    신 교수팀은 커피 섭취 관련 SNP를 기반으로, 커피 소비량이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대사증후군 위험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원래 커피를 많이 마시도록 태어난 남성'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약 30% 줄었다. 반면 여성에선 커피 섭취와 대사증후군 간 뚜렷한 인과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남성에선 커피가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지만, 여성에선 그 인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번 결과에 대해 신 교수는 "호르몬, 체지방 분포, 카페인 대사 속도 등 성별 생리적 차이가 이런 결과의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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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고중성지방 △복부비만 △고혈당 등 건강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상태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신 교수팀은 "한국 남성의 커피 섭취가 대사증후군 위험을 실제로 낮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적정한 커피 섭취가 남성의 대사 건강에 도움 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더 탄탄하게 만든 연구 결과"라고 했다.

    이번 연구의 강점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전체·역학 자료를 이용해, 생활습관과 건강요인이 뒤섞이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연구 자료로 활용된 한국인 유전체·건강 코호트는 5만 명 이상의 건강검진 참여자를 추적해 유전ㆍ식습관ㆍ혈액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축적돼 있어 한국인 맞춤형 영양 연구의 대표 자료로 평가된다.

    신 교수팀은 논문에서 "이번 결과는 남성 한국인에서 커피 섭취가 대사증후군 위험을 실제로 낮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한국인의 성별 특성을 고려한 커피 섭취 지침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 성인의 커피 섭취가 대사증후군에 미치는 인과 효과: 2-표본 멘델 무작위화 연구'란 주제로 진행했으며, 영양 분야 영문 학술지 '뉴트리션 리서치 앤 프랙티스(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최근호에 실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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