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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율이 낮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나쁘다는 말은 오랫동안 재건축 사업장에서 거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본인의 생각에는 이 해석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고, 특히 서울 상급지 재건축에서는 자주 현실과 어긋난다고 느낍니다.
재건축 투자 이야기만 나오면 비례율 100% 이상은 좋은 사업, 70%대는 애매, 60%대는 위험하다는 식의 구분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일반적인 지역이나 평균적인 사업장에서는 어느 정도 참고가 될 수 있는 기준입니다. 문제는 이 공식을 서울 상급지에 그대로 대입하는 순간입니다.
압구정이나 잠실처럼 수요가 극도로 집중된 상급지 재건축 단지를 보면, 비례율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무너지기는커녕 자산가치가 더욱 커지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비례율이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인지부터 다시 짚어봐야 합니다.
비례율은 종후자산 또는 총분양수입에서 총사업비를 차감한 값을 종전자산 평가액으로 나눈 지표입니다. 계산식만 보면 사업의 성과를 압축해 보여주는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역할은 다릅니다. 비례율은 분담금 총액을 결정하는 지표가 아닙니다.
조합 전체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 총액은 이미 총사업비와 일반분양 수입의 차이로 정해집니다. 비례율은 그 결과를 조합원들의 종전자산 규모에 따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정하는 배분 기준에 가깝습니다. 돈의 크기보다는 배분의 방식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서울 상급지에서 비례율이 낮아지는 원인을 보면 이 구조가 더 분명해집니다.
재건축 사업장에서 비례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종후자산이 줄거나 총사업비가 급증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실제로 사업성이 훼손되는 상황이며, 비례율 하락이 위험 신호가 됩니다.
두 번째는 종후자산이나 총사업비는 그대로인데, 종전자산 평가액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서울 상급지 재건축의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합니다. 재건축의 각 단계에서 매번 시세가 크게 뛰고, 사업 구조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분모만 커지며 비례율이 하락합니다.
이때의 비례율 하락은 재건축으로 벌 수 있는 돈이 줄어서가 아니라, 재건축 이전에 이미 가치 상승으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른 결과입니다. 숫자는 나빠 보이지만 사업의 본질이 악화된 것은 아닙니다.
종전자산이 상승했다고 해서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들거나 총사업비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종후자산과 총사업비가 동일하다면 비례율이 크게 낮아져도 조합 전체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 총액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개별 조합원 간의 배분 구조입니다. 각자의 종전자산 상승 폭에 따라 분담금을 나누는 방식이 달라질 뿐, 사업 자체의 수지가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급지에서의 비례율 하락은 배분 구조의 재정렬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비례율이 낮아지면 권리가액이 줄고 분담금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종전자산 감정가가 그대로라는 전제가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서울 상급지에서는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가액은 종전자산 감정가에 비례율을 곱해 산정됩니다. 종전자산 감정가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비례율이 낮아졌다면, 그 결과인 권리가액은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 않거나 유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비례율 숫자만 보면 사업이 나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조합원이 인정받는 지분 가치 자체는 훼손되지 않습니다.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라기보다 이미 오른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사업이 다시 정렬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서울 상급지 재건축에서는 비례율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일반분양 세대수와 분양가 수준, 공사비와 금융비용, 사업 기간과 인허가 리스크, 준공 후 신축 프리미엄을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비례율이 몇 퍼센트인가가 아닙니다. 내가 얼마를 더 부담하고, 최종적으로 얼마짜리 자산을 갖게 되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비례율 해석은 의미가 없습니다.
비례율이 낮으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일반론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 상급지에서는 반드시 전제가 필요합니다. 비례율 하락의 원인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서울 상급지 재건축에서는 숫자보다 구조를 먼저 봐야 합니다. 이 관점을 이해하는 순간, 같은 비례율도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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