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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한라성’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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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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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는 아시아리그 HL한라와 닛코 아이스벅스의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아이스하키 팬들의 기억에 남을 행사가 열렸다. 2014년부터 9년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문을 지켜 주었던 귀화 선수 맷 달튼(39)의 은퇴식이 열린 것. 달튼의 한국 이름이 ‘한라성’이다.

    캐나다 출신인 한라성은 올해부터 HL한라의 골리 코치를 맡고 있다. 이날 구단은 선수 시절 그가 줄곧 달았던 등번호 86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해 팬들이 그를 영원히 기억하도록 했다. 1994년 실업팀으로 창단한 HL안양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이미 수백명에 달하지만, 그중 영구결번의 영광을 얻은 선수는 한라성까지 모두 4명뿐이다. 심의식(91번), 패트릭 마르티넥(43번, 체코출신 외국인 선수), 고 조민호(87번)가 주인공.

    달튼은 “매 시즌 팀 동료들의 노력과 열정을 보며 큰 존경심을 느꼈다. 언제나 가족처럼 대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준 것을 잊지 않고 언제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과 비교해 볼 때 인기가 덜한 종목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겨울철을 뜨겁게 달구는 최고 인기 종목이며 입장권 가격으로 치자면 어느 종목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북미아이하키리그(NHL)가 미식축구, 야구, 농구와 함께 4대 메이저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달튼은 한국으로 오기 전 NHL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러시아하키리그(KHL)에서 뛰던 선수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주축으로 만든 아시아리그(과거에는 중국도 참가)에서 정규리그 9시즌 동안 통산 285경기에 출전해 세이브 성공률 0.930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100개의 슛을 상대가 쏘면 93개를 막아내는 철벽 문지기였다. 한라성이 지키는 철벽 방어 덕에 한라는 일본의 강팀들을 제치고 무려 7차례 챔피언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우수선수(MVP)상 수상도 세 차례였으니 그의 공헌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한라성은 2016년 우수인재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한국으로서는 아이스하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남자 대표팀에 합류한 달튼은 2023년까지 주전 수문장을 맡았다. 달튼과 함께한 대표팀은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고,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챔피언디비전에까지 올랐다.

    제2의 한라성 발굴은 이제 한국 아이스하키의 최대 과제이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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