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안정 대책]
'통합 계좌' 활성화… 현지 증권사 통해 거래 가능
내년 6월말까지 은행 외화보유 의무 한시적 완화
순대외채권국 자신감, 운전자금도 외화대출 허용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전일 주간종가 대비 1.2원(0.08) 내린 1478.6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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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이 18일 발표한 '외환 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방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의 길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고환율의 원인은 달러가 빠져나가는 수급 불균형이다. 국민연금과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의 자금이탈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국외자본의 문턱을 낮추는 게 현실적 해법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정책방향은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부담경감 △선물환포지션제도 조정 △거주자에 대한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확대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활성화 △해외 상장 외국기업의 전문투자자 지위 명확화 등 전방위적 규제완화다.
이들 대책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달러의 국내유입을 유도하는 장치들이다.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이하 스트레스테스트)의 감독상 조치부담을 한시적으로 경감키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스테스트는 각 금융사의 외화자금 대응여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달러가 부족한 금융사는 금융당국에 유동성 확충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루라도 달러가 부족하면 안되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외환당국은 이 규제를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풀어준다. 그만큼 달러를 시장에 내놓을 유인이 생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장치다.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포지션(자산-부채) 비율 상한을 조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에 75%로 적용하던 선물환포지션 비율을 앞으로 200%까지 확대한다. 외국에서 들여올 돈이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가 외화유동성 규제에 나선 이유는 외채확대 우려 탓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의 악몽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외국에 빌려준 돈이 빌린 돈보다 많은 순대외채권국이 된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에 한해 규제를 완화한다.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 조정 주요 내용/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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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활성화는 서학개미에 대한 일종의 '역공'이다. 외국인투자자는 지금까지 펀드마다 개별 계좌를 만들어 한국에 투자했다. 앞으로는 한국에 별도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 등 해외주식을 사고파는 방식과 동일하다. 한때 서학개미의 해외투자가 무역수지를 앞질렀던 상황을 감안해 역발상에 나섰다.
이밖에 거주자에 대한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확대, 해외 상장기업의 원화거래 규제완화 등에도 나선다. 순대외채권국이라는 위상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국외자본의 국내유입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외환건전성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과거 순대외채무국이던 상황에선 외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대외채권국이 됐고 고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유동성 정책으로 돌아섰다.
외환당국은 '환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강조한다. 쏠림현상이 강한 현재의 환율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요 투자은행은 현재 147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에 평균 1421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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