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6일(한국시간) 열린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에 앞서 열린 제 1회 FIFA 평화상 수여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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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서민 스포츠다. 4년 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지구촌 최대 잔치로 불리는 이유도 그 보편성에 있다. 하지만 2026년 북중미 월드컵 티켓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축구 팬들의 설렘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비처럼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실시간으로 오르는 탄력요금제(dynamic pricing)를 도입했는데, 조 추첨으로 대진이 확정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조별 리그 한국과 멕시코 경기 티켓 값은 가장 저렴한 자리가 265달러(약 40만원), 일등석은 700달러(약 105만원)다. 한 경기당 최저 8만원 수준이었던 지난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결승전 티켓 값은 616만~1279만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호텔비와 항공료까지 생각한다면, 월드컵 직관은 쉽게 꿀 수 없는 꿈이 됐다.
유럽 팬 단체인 풋볼 서포터스 유럽(FSE)은 “월드컵 전통에 대한 거대한 배신”이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영국의 한 스포츠 저널리스트는 “줄을 서서 신용카드를 꺼내라, 아니면 집에서 TV나 봐라. 그게 FIFA가 팬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FIFA는 부랴부랴 60달러짜리 티켓을 내놨지만, 전체 좌석의 1.6%에 불과한 생색내기 수준이다.
북중미 월드컵 유치 위원회는 2018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민형 월드컵’을 만들겠다면서, 조별리그 티켓 수십만 장을 최저 21달러에 공급하겠다는 제안서를 냈다. 하지만 개최지로 선정되자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FIFA가 이런 가격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수익 창출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2026 월드컵 매출은 110억달러(약 16조원)로, 이전 월드컵 보다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FIFA는 자체 입장권 재판매 플랫폼을 구축해 재판매 가격의 15%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암표를 근절하겠다는 이유에서지만, 2차 시장 수익까지 챙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티켓 판매 개시 24시간 만에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500만건이 넘는 신청이 접수됐을 정도로 월드컵의 인기는 여전하다.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선수, 응원팀의 경기 좌석을 확보하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하지만 주머니가 두둑하지 못한 평범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월드컵을 직접 경험하고 추억을 쌓을 기회는 멀어지고 있다.
FIFA는 본선 진출팀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면서 ‘축구의 저변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과도한 티켓 가격 인상은 ‘축구의 세계화’가 아니라 ‘축구의 상품화’를 향한 길이다.
티켓 가격은 곧 접근성의 문제다.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세계인의 잔치가 되어야 할 월드컵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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