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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美 정부 지배 JV, 내년부터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 추진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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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내 이사 2명 진입시킬 계획

    "회사 경영 관여 모니터링 목적"

    JV, 미국 국방·상무부가 지배해

    제련업 국가핵심기술 안전하나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9일 16:31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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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현지 합작법인(JV)이 내년부터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을 시도한다. 이 JV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2조 8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 가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JV에게 자금을 받아 현지 사업법인에 출자하는 계획에 대해 “현지 자회사와 자사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보호가기 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JV는 단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이사회에 진입하고 고려아연 경영에 관여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헤마타이트 공정' 등 국가핵심기술 노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에서 재판부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이) 굳이 12월 26일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냐”라며 “일주일 뒤인 1월 2일이면 안 되느냐”라고 고려아연 측에 묻자 법정 대리인단은 “(미국이) 회사에 경영 관여를 해서 이 사업의 시작부터 쭉, 끝까지 모니터링(감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내년) 정기 주주총회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2명의 이사 지명을 요구했다”며 “내년에 1명, 내후년에 1명 나눠 신규 선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심문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투자와 관련해 미국 측 JV(크루시블 JV)와 신주인수계약을 맺고 2명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계약서에는 크루시블 JV가 2026년 정기총회 때 1명, 2027년 정기총회 때 1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고려아연은 JV 측 추천 이사 선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주주간 약정 등으로 인해 (JV 측) 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 최윤범 회장이든 누구든 협조할 의무는 없다”며 “계약서에 있는 것은 법 내용을 구체화 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10조 9000억 원 규모 미국 투자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인 출자 구조를 짰다. 제련 사업을 담당하지 않는 JV를 미국 주도로 만들고, 고려아연 본사가 이곳에 2조 8508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택했다. JV는 미국 전쟁부(국방부)가 지분 40.1%를 가진 법인으로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업계서는 현재 지분 분쟁 구조상 10% 가량의 지분은 경영권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캐스팅보트’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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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은 그동안 이런 출자 구조가 사업법인 경영권과 기술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고려아연이 미국 투자에 투입하는 자체 자금은 1조 원 안팎이기 때문에 JV를 따로 두지 않고 현지 사업법인에 미국 측과 공동 출자하게 되면 소수지분을 가져 사업법인 경영권이나 기술을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미국 JV의 본사 이사회 진입을 돕는다는 계약까지 맺은 것으로 드러나 경영권과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됐다.

    이날 심문에서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자금을 필요로 할 시 언제든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그럼에도 고려아연이 미국 측에 막대한 혜택을 부여하며 최대주주를 배제한 유상증자를 긴급하게 실시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영풍·MBK 대리인단은 이어 “고려아연 측은 서면을 통해 장밋빛 대미 투자 청사진을 이야기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신주 발행을 추진한다고 포장하지만, 이 모든 것에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 측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했다며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대리인단은 이번 유상증자를 “핵심 광물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공고한 전략 관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원해서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원한다는 입장”이라며 “일반적으로 제3자 신주 발행은 양자 사이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하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영풍·MBK는 16일 법원에 고려아연 이사회가 15일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두고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으로부터 이달 21일까지 추가 자료를 받은 후 26일 이전 결정을 내리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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