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시인이 자신의 산문집 '묘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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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제모에 집착하는 인간을 보며 "사람들은 중심을 잡고 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게 분명하다"고 짚는다. 창밖 풍경을 놔두고 스마트폰 액정으로 세상을 보는 인간의 행위를 "바보 같다"고 일갈한다. 등단 21년 차 중견 시인 박연준 작가가 감정을 이입한 그의 애묘 '당주(當主)'의 관찰이다.
이달 고양이 당주의 고고한 시선으로 인간과 세상을 부감하는 산문집 '묘책'을 펴낸 박연준 시인은 지난 19일 매일경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고민이 많고, 인생을 살면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게 인간"이라며 "좋고 싫음이 뚜렷하고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에게서 묘책을 배우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연준 시인이 내놓은 산문집은 독자들이 꾸준히 찾기로 유명하다. 2014년 출판사 북노마드에서 출간된 첫 산문집 '소란'이 대표적이다. 20·30대 여성 독자의 입소문을 타고 2020년과 올해 두 번 문학동네의 출판 계열사 '난다'에서 두 차례 개정판이 나왔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묘책'에는 박연준 시인이 당주의 시선으로 인간사에 대한 해법을 내놓은 산문 '묘생묘책' 18편과 반려묘인 당주와 헤세에 대한 애정이 담긴 시 18편이 담겨 있다. 산문은 월간 샘터사에서 2023년과 지난해에 걸쳐 연재한 글을 묶었으며 시 18편 가운데 15편은 새로 썼다. 싫어하는 '참치캔'은 거부하고, 온 집 안을 관찰하고 뛰어다니며 살림을 헤집은 뒤 아무렇지 않은 듯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당주의 솔직함과 당돌함이 산문에 담겼다. 타인을 신경 쓰는 탓에 자신의 호오(好惡)에 솔직하지 못하고, 만족을 모른 채 욕망하며 집착과 자기혐오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인간을 안타까워하는 시선과 함께.
"고양이는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 사랑받으려 노력하지 않아요. 자기에게 이로운 게 뭔지 알고 스스로를 제일 사랑하죠. 사람들이 괴로운 건 중심에 내가 없기 때문이에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고 현재에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해서 더 욕심부리며 스스로를 자책하죠. 고양이에 감정을 이입해보니 사람들이 왜 저럴까 싶은 거예요. 스스로를 사랑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묘책'일 텐데요."
그는 올해가 돼서야 '하고 싶은 마음'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원래 저는 하고 싶은 걸 했는데, 어느 순간 시키는 걸 하는 사람으로 뒤바뀌어 있더라고요. 선택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에요."
고양이를 통해 '하고 싶은 마음'을 찾은 그는 내년 산문보다 소설과 시에 집중할 계획이다.
"산문이나 소설은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 시는 제 속에 있는 목소리를 꺼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혼자 개성 있는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죠. 시를 쓰는 건 일 같지가 않아요."(웃음)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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