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윤 매홍L&F 대표(오른쪽)가 이견우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에게 공장의 건조시설을 보여주면서 개선된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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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가 너무 힘들어서 이를 포기하고 유통 사업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나서는 조금 제조에 대해서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장형윤 매홍엘앤에프(L&F)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 양양에 본사가 있는 매홍엘앤에프는 원래 장 대표의 고향인 속초에서 아버지가 하던 작은 감자떡 공장이었다. 장 대표는 대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위기에 빠져 이를 돕고 빚을 갚으려다가 창업하게 됐다. 장 대표는 "2013년 매일경제신문에 나온 '고구마말랭이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기사를 보고 이걸 아이템으로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초기엔 대형마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고구마말랭이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국내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납품할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인 '잇어스(Eatus)'와 자체 온라인몰까지 구축했다. 올해는 24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1년에 사용하는 전라도 고구마만 2000t에 달할 정도로 해당 시장에서 중요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고구마말랭이 제조로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제조가 큰 고민이었다.
장 대표는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해 제조를 시작했지만 계속 성장하는데도 제조가 어떤 건지 몰랐고 직접 제조하기보다는 외주를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내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꼭 제조에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사업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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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전문가들이 매홍엘앤에프 공장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건 공장 레이아웃이 복잡하게 구성돼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칸막이가 미로처럼 설치돼 있어 원재료 이동, 가공, 포장 등 공정 간 이동 시간이 증가했다. 작업자 간 이동 경로가 꼬여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좁은 통로와 복잡한 동선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였다.
심지어 이를 개선하려고 해도 공장 도면과 실제 설비 배치가 불일치해 도면 전체를 실측해야 했다.
스마트공장 팀은 공장 내 칸막이를 재배치하고 일부는 아예 제거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설비는 부속 자재로 이동해 보관하도록 했다.
둘째로 고구마말랭이 공정에서 가장 핵심인 건조 후 절단 공정에서 개선 사항을 발견했다. 공장에 도착한 고구마말랭이 원료를 절단해야 하는데 여기서 절단면이 뜯기는 현상이 발견되면 이를 다시 가공해야 해서 생산성이 하락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정 조건으로 건조한 후 절단하도록 했고 절단기의 날 모양을 변경해 뜯김 현상을 크게 줄였다. 절단 작업 후 고구마말랭이를 건조하는 과정에서도 건조 조건의 최적화 방법을 찾아내 추가 건조 필요성을 줄였다. 이처럼 공정이 개선되자 시간당 생산량이 320개에서 416개로 30%나 늘어났다. 품질도 개선돼 불량률이 0.22%에서 0.19%로 14% 감소했다.
삼성전자로부터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도움도 받았다. 스마트공장 지원단 판로 개척팀의 지원을 받아 영어로 제작된 해외 홍보 영상을 만들어 해외 전시회에서 사용했다. 이후 스마트 비즈 엑스포 참여를 지원해주는 등 후속 지원 사업도 있었다.
장 대표는 "식품업계는 경쟁이 치열해 결국에는 원가가 경쟁력"이라면서 "스마트공장을 통해 원가도 의미 있는 숫자로 낮춰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제조가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제조를 강화하면 회사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은 올해 2월 시작돼 4월에 끝났지만 매홍엘앤에프는 위원들 조언에 따라 추가 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언젠가 해야지 하고 계속 미뤄뒀던 것을 이번에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해 제조 공정에서 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이후 다시 매홍엘앤에프를 찾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들은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컨설팅을 마치고 미래 계획으로 제안했던 것들이 반년 만에 실제로 구현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견우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은 "대표님도 제조를 없앨까 고민하고 계셨는데 데이터가 없다 보니 투자도 소홀해지고 중장기 계획을 미뤘다"며 "우리를 만나 검증된 데이터를 통해 믿음을 갖고 빠르게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양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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