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기자본율 규제' 우려
"유형별 특성·기간 등 상이
일괄적용 땐 '위축' 불가피
위험도 등 '정성 판단' 필요"
PF 규제 강화 핵심 내용과 업계 반응/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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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기자본비율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5%→10%→15%→20%'로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한다.
당국은 PF사업장의 부실을 사전에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숫자로만 PF를 재단하면 정상 사업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은 PF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적립부담을 차등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사업장은 '유의'나 '부실우려'로 분류되고 금융회사는 해당 대출에 대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대출차단으로 본다. 한 PF 현업 관계자는 "유의나 부실우려로 분류되는 순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대출을 실행할 이유가 사라진다"며 "건전성 분류라고 표현했지만 현장에서는 '하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정량지표 위주의 사업성 평가다. 자기자본비율이라는 숫자 하나로 위험도를 가르면 상식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컨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일수록 사업자가 더 많은 자본비율을 투입해야 하는 반면 안정성 높은 사업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낮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재건축처럼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서 요구되는 자기자본비율은 다를 수 있다"며 "사업의 위험도에 따라서 요구되는 자기자본비율이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의 위험도와 상관없이 일괄사업비의 20%로 적용되는 게 문제"라며 "정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요소를 무시하고 정량지표만 앞세우다 보니 생기는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PF사업은 유형에 따라 개발기간이 크게 다르다. 도시개발사업이나 지구단위계획사업은 인허가에만 5~6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행 건전성 분류체계에서는 1년 이상 인허가가 지연되고 대출이 여러 차례 연장되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도시개발, 산업단지 조성 같은 사업은 금융기관이 아예 취급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분류구조에서는 금융기관이 공동주택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일반 시행사는 소규모 공동주택만 가능하고 큰 사업은 모두 공적보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현상도 이번 규제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돼야 토지담보대출이 정리되는데 PF 전환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규제가 이어지면서 브릿지 단계에서 사업이 멈추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는 무자본에 가까운 구조로 PF를 일으키고 실패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일부 시행사 관행이 시장을 망가뜨려왔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성적 판단이 빠진 일괄규제는 시장을 더 경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상태로 굳어지면 PF시장에는 자본 많은 소수만 남고 개발과 공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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