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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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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이를 위한 성탄절은 없다…길바닥 노숙아동 현실 고발한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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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새 작품
    런던에 노숙아동 벽화 2점 남겨


    매일경제

    뱅크시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 런던 베이스워터 지역의 차고 지붕 위에 그린 벽화. 두꺼운 옷을 입은 아이 두 명이 바닥에 누워 별을 보는 모습을 그렸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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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세계적 작가 뱅크시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새로운 벽화 두 점을 남겼다. 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홈리스 아동의 현실을 드러낸 작업이다.

    벽화에는 두꺼운 겨울옷을 입은 아이 둘이 바닥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장면이 담겼다. 스텐실로 찍어낸 이 이미지는 거리에서 밤을 견뎌야 하는 아이들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영국 런던 베이즈워터 지역의 차고 지붕 위에 처음 등장했다.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작업이 자기 작품이라는 점을 밝혔다.

    같은 이미지의 벽화는 런던 도심 센터포인트 타워 인근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도 발견됐다. 이 두 번째 작업에 대해 뱅크시는 제작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장소가 지닌 상징성은 분명하다. 센터포인트 타워는 1960년대 중반 사무용 건물로 지어졌지만 완공 후 오랜 기간 비어 있었다. 1969년 홈리스 청소년을 돕던 성공회 사제 켄 리치는 인근 세인트 앤 교회 지하를 임시 보호소로 개방했다. 그는 비어 있는 센터포인트 타워를 ‘노숙자들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하고, 보호소 이름을 타워에서 따 센터포인트로 지었다. 이 시설은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홈리스 청소년 지원 단체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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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도심 센터포인트 타워 인근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그려진 뱅크시의 새 벽화.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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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등장한 이번 벽화는 따뜻한 실내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다수와 다르게 여전히 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축제의 계절에 소외된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뱅크시는 반전과 빈곤, 난민 문제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꾸준히 다뤄왔다. 거리 미술을 통해 동시대의 사건과 위기를 꾸준히 언급하며 도시 공간에 사회적 질문을 던졌다.

    뱅크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크리스마스 무렵 분쟁, 홈리스, 소비사회,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지난해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의 가슴에 녹슨 총알 자국처럼 구멍이 난 모습의 벽화를 공개했다. 2019년에는 벤치 위에 누운 홈리스 남성을 썰매에 태운 듯 보이는 두 마리의 순록 벽화를 제작했고, 2018년에는 쓰레기 컨테이너에서 날아온 재가 눈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벽화를 그려 환경 오염을 고발했다. 2004년작인 ‘쇼핑백을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손에 쇼핑백이 걸린 모습을 그려 소비사회의 모순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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