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옳다고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런 말을 했다. "시장은 당신 수중에 돈이 남아 있는 것보다 더 오래 비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달리오가 거품을 경고한 시점은 1995년. 거품 붕괴까지 5년가량 '비이성적 과열'이 지속됐다. 소로스를 비롯해 거품 붕괴에 베팅한 이들은 손해를 보았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로버트슨. 그가 1980년 창업한 타이거펀드는 1998년까지 연평균 31.7%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S&P500 수익률(12.7%)을 압도했다. 그는 닷컴 기업들의 주가가 수십 배씩 뛰는 것을 보고는 곧 터질 거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닷컴 기업들의 주가는 승승장구했고, 그의 펀드는 쪼그라들었다. 결국 그는 2000년 3월 펀드 문을 닫는다. 극적이게도 그가 시장을 떠나자 닷컴 버블이 꺼졌다. 주가는 폭락했다. 그는 옳았지만 승자는 아니었다.
이 같은 사례는 시장이 이성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 같은 '이성적 수치'는 주가가 비싸다는 것만 알려줄 뿐, 언제 떨어질지는 말하지 않는다. 로버트슨이 말했듯이 비이성적인 시장에서는 기업의 실제 이익 같은 '이성적 수치'보다는 마우스 클릭이나 모멘텀으로 대변되는 투자자의 '비이성적 심리'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 심리는 갈대와 같아 예측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 비이성적 게임의 끝은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 직전까지 시장은 화려하게 타오르겠지만.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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