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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팩플] 엔비디아, AI 추론 칩 기업 29조원에 기술 인수…“AI 칩 시장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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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추론용 칩 개발 기업 ‘그로크’(Groq)와 약 29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초대형 기술·인력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이 될 AI 추론용 반도체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Groq)이 개발한 언어처리장치(LPU)가 탑재된 서버 랙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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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야



    미국 LPU(언어처리장치) 칩 설계 전문 스타트업 그로크는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엔비디아와 자사의 추론 칩 기술에 대한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번 계약에는 고성능·저비용 추론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로크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 최고경영자(CEO)와 써니 마드라 사장을 비롯한 그로크 팀 구성원들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기술의 발전과 확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로크는 이번 거래 이후에도 독립 기업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사이먼 에드워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CEO 역할을 맡게 된다.

    양사는 이번 거래의 계약 금액 등 재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로크의 공식 발표 전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엔비디아가 그로크를 현금 200억 달러(약 29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엔비디아 인수 거래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로크와 LPU는?



    그로크는 구글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항마로 키우고 있는 AI 추론 칩 텐서처리장치(TPU)의 개발자 중 한 명인 조너선 로스가 2016년 창업했다. 이들이 개발하는 LPU는 챗GPT 등 생성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추론에 최적화한 AI 반도체다. LPU는 추론 과정에서는 엔비디아의 GPU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그로크는 지난 9월 투자 유치 당시 약 69억 달러(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게 무슨 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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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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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반도체는 AI 모델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 사용하는 ‘훈련용’과 AI 모델이 답을 내는 과정에 사용하는 ‘추론용’으로 나뉜다. 엔비디아는 압도적인 성능의 GPU를 내세워 두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독주 체제를 구축한 훈련용 시장과 달리 추론용 시장에서는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와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거센 추격을 당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이 추론용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엔비디아의 GPU가 그나마 이 분야에 약점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관계자는 “GPU는 추론 단계에서 실제 가진 성능을 다 내지 못한다”며 “후발 주자들이 이 틈을 노려 가격과 전력 사용량 대비 고효율의 맞춤형 반도체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추론용 시장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밝혀왔다. 지난 3월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는 “에이전틱 AI 등의 등장으로 추론 단계에서 필요한 연산량이 이전보다 100배 더 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이번 거래를 통해 추론용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AI 반도체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유일의 LPU 전문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의 김주영 대표는 “이번 거래로 추론용 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국내 AI 반도체 업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그만큼 엔비디아와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번 거래의 수혜자?



    이번 거래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로크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가동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첫 고객사다. 지난 2023년 8월 계약 당시 마코 치사리 전 삼성반도체혁신센터 부사장은 “그로크와의 파트너십은 삼성의 첨단 공정으로 새로운 AI 혁신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로스 CEO는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2023년 10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성의 미국 공장 규모가 (TSMC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시스코, 블랙록 등과 함께 그로크에 투자하는 약 8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참여하는 등 양사는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그로크가 삼성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경쟁사보다 향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광우·이영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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