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예산연구소(Yale Budget Lab)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죽 제품 가격이 최소 1~2년간 평균 22%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CNBC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 그리고 중국·베트남·이탈리아·인도 등 주요 생산국에 대한 높은 관세 노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 가죽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가죽 의류 수입액은 13억7000만 달러에 달한 반면, 수출은 9270만 달러에 그쳐 약 15대 1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가죽 제품의 약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소가죽은 대부분 아시아로 수출돼 무두질 과정을 거친 뒤, 중국·베트남·인도·멕시코 등에서 재단·봉제·조립돼 완제품으로 다시 미국에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관세가 중첩적으로 부과되며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실제 가죽 업계에서는 관세 시행 이후 모든 생산 단계에서 비용 상승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피 가격 상승에 이어 해외 무두질 비용, 완제품 조립 비용, 해상 운임까지 동시에 뛰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미국이 가죽과 의류 제품을 국내 생산보다 훨씬 많이 수입하는 구조 자체가 관세 충격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대형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코치(Coach)와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를 보유한 태피스트리(Tapestry)는 관세 관련 비용이 최대 1억 60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회사 측은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압박이 "기존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은 이미 시작됐다. 일부 브랜드는 올해 가격을 1~3% 인상했으며, 명품 시장에서는 샤넬 클래식 플랩 백 가격이 전년 대비 약 5% 올랐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진짜 가격 충격은 2026년 전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생산으로의 회귀도 쉽지 않다. 1950년대 30만명 이상이 종사하던 미국 가죽 제조 인력은 현재 약 5만명 수준으로 줄었고, 무두질 공장도 수백 곳만 남아 있다. 여기에 미국 소 사육 두수는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원자재 부족까지 겹쳤다.
인도네시아의 미국 수출용 가죽 장화 생산공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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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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