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 영향 제한적…해외 온라인→오프라인 공략 본격화
매출 3위 올라선 에이피알 시가총액 1위 등극…'뷰티 대장주'로
해외마케팅 종합대전에 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자료사진>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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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올해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경제 전반을 덮쳤지만 K-뷰티 산업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간 다져온 기초체력에 K-컬처 확산이라는 기폭제가 더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냈다. 수출을 축으로 한 성장 구조가 다져지면서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등장했고 국내 화장품 업계의 판도도 달라졌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유통 구조 확장에 공을 들여온 K-뷰티 업계가 내년 여전한 관세·고환율 등 대외변수 속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1~3분기 화장품류 수출액은 85억 2000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수출액은 15.4% 늘었다.
이 기간 수출국은 205개 국으로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199개 국 수출에 이어 또 기록을 세웠다. 관세청은 K-뷰티 화장품이 지난해 1분기부터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매긴 상호 관세율이 적힌 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4.02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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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스크에 '철렁'…"선제 대응으로 여파 제한적"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는 K-뷰티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연초 새롭게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호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수출·통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초 미국이 K-뷰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시장을 주력 무대로 삼았던 K-뷰티 업계는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대와 품질을 앞세우며 '가성비'를 경쟁력으로 삼았던 K-뷰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곧바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 속에서 K-뷰티 업계는 미리 물량을 선적하거나 재고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선제 대응에 나서며 충격을 최소화했다. 이후 한미가 상호관세율을 15%로 합의한 뒤에도 물류 효율화와 비용 구조 점검을 이어가며 관세 부담을 흡수하기 위한 대응을 지속했다. 가격 인상도 하지 않았다.
그 덕에 관세 인상이 수출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대표 K-뷰티 기업인 에이피알(278470)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 상호관세 영향으로 인한 비용이 매출의 1%(30억 내외)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디큐브 미국 뉴욕 팝업스토어 (에이피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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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판도 바꿨다…에이피알 'K-뷰티 대장주' 등극
K-뷰티 산업의 성장 축은 관세 리스크를 버텨내며 더욱 분명해졌다. 내수보다는 수출, 특히 미국을 무대로 한 해외 시장 성과가 실적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수출에서 성과를 낸 기업은 성장 가속을 탄 반면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지 못한 기업은 부진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화장품 업계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났고 에이피알이 두각을 나타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연 매출 7000억 원 넘기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뷰티업계 3위로 도약했다. 에이피알의 2024년 매출은 72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급증했다.
올해도 에이피알의 실적 신기록 행진은 이어졌다.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한 에이피알은 2분기와 3분기에도 신기록을 세웠다.
에이피알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38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영업이익은 961억 원으로 253% 증가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연초 제시했던 목표인 매출 1조 원 달성을 3분기 만에 확정 지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979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3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80%로 전년 동기(58%)보다 크게 늘었다.
실적에 힘입어 시가총액도 빠르게 불어나며 에이피알은 단숨에 K-뷰티 대장주로 부상했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8조 7213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 7조 484억 원, LG생활건강 4조 398억 원을 따돌리고 있다.
메디큐브 성수 외부 ⓒ News1 이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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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넘어 '본 시장'으로…오프라인 유통망 공략 본격화
놀라운 수출 성과를 낸 K-뷰티 업계는 다음 성장 국면을 위한 채비도 쉬지 않았다. 올해 온라인 플랫폼과 동시에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국의 본진격인 오프라인 유통망 공략에 나섰다.
에이피알은 5월 미국 울타 뷰티와 화장품 메디큐브 제품 22종 공급 계약을 맺었다. 울타 뷰티는 미국 전역에 15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뷰티 전문 편집숍 운영사로 지난해 매출은 16조 2500억 원이다. 3월에는 일본 최대 잡화점 돈키호테에 메디큐브 제품을 입점했다.
조선미녀 등을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미국 세포라에 입점시키며 오프라인 진출을 현실화했다. 세포라는 울타 뷰티와 함께 오프라인 뷰티 리테일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글로벌 뷰티 편집숍이다. 달바글로벌은 미국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와 화장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일본에서는 마쓰모토 기요시 버라이어티 숍(잡화점)에 입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 '잘 나가는' K-뷰티업체들이 주요 수출국의 오프라인 유통망 공략에 나서는 배경은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현지 소비 패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는 이커머스와 빠른 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 구매가 일상화된 반면 미국과 일본 등은 여전히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높다.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오프라인 채널 매출 비중은 71.2%에 달한다.
즉 현지 시장을 완전히 공략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유통망 안착이 필수적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업종을 불문하고 판매 창구를 넘어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접점으로 여겨진다.
"K-뷰티 전성기는 아직…내년도 성장세는 ing"
내년에도 K-뷰티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와 환율 등 대외 변수는 부담 요인이지만 온라인 성과를 바탕으로 한 오프라인 확장이 본격화되며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한 업체의 견해처럼 내년에도 올해 이어진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주요 K-뷰티 기업들은 화장품을 넘어 뷰티 디바이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다음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K뷰티 오프라인 채널 입점의 유효성이 입증되면서 얼타뷰티의 K뷰티 입점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울러 미국·유럽의 다른 메이저 리테일러들도 K뷰티를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봤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5년 K-뷰티는 온라인 중심 성장을 넘어 울타 뷰티, 세포라 등 뷰티 전문 리테일러 채널 입점이 시작된 해"라며 "K-뷰티는 이미 글로벌 소비자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효능 기반 스토리텔링에서 강점을 증명했다. 내년 리오더 사이클 본격화되며 오프라인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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