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가슴 뛰는 미래(2025.03) & 백남준이 그린 미래(202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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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글 잘 쓰고 그림에 코딩까지 해내는 챗GPT. 사람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서 자칫 사람처럼 의식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마저 든다. 판도라 상자 속 희망처럼 인간이 AI보다 잘하는 건 없을까? 불완전하나마 '휴리스틱(heuristics)'이라는 속성이 있다. '과거의 경험·기억·습관을 바탕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접한 단서만으로 오래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럴싸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술'이다. 순간 감으로 때려잡거나 통밥을 재는 능력이다.
허기·갈증을 메꾸려는 음식·수분 섭취 욕구나 인적이 드문 밤길에서의 긴장은 별도 학습 없이도 작동하는 생래적인 인간 본능이다. 상대 팀과 승패를 겨루는 핸드볼 경기서는 드리블·패스 여부를 순간에 결정해야 하고 긴박한 재난 상황에서 인명 구조·응급 치료는 떠오르는 방법에 따라 망설임 없이 행동해야 한다. 시험을 보거나 기한에 쫓기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압박이, 누구도 편하지는 않겠지만, 단편적으로 이해된 수업 내용이 한순간에 이어져 지적 수준이 업그레이드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진가가 발휘되기도 한다.
인간은 애초 불완전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적응하도록 진화해 왔기에 압박 상황이나 처음 접하는 문제에 대해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 불현듯 주변을 스쳐 가는 단어·소문이, 겉으로는 하찮아 보여도, 실은 전체를 상징한다거나 본질을 드러내 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의 능력을 가르는 것은 그 의미를 곱씹어 실행에 옮기는가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어차피 무한한 정보 습득은 불가능하기에, 몇몇 정보만이라도 챙겨서 교차 검증해보면 된다. 물론 이 같은 정황에 대한 간파 능력은 사전 훈련 정도에 의존한다.
문제는 노이즈(noise)와 편향(bias)이다. 노이즈란 일관성 없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예측하기 어려운, 예컨대 같은 유형의 범죄라도 상황·대상·판사에 따라 형량이 제멋대로 내려지거나 같은 병에 대해 제각기 다른 의사의 진단을 들 수 있다. 노이즈의 자의성은, 절차를 세분화·정량화하는 '결정 위생(decision hygiene)'으로 줄일 수 있다.
편향은 일관되게 왜곡된 오류로, 적은 정보로 일반화하려는 인간의 절약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최근 뉴스를 보고 쉽게 떠올라, 다 그러리라고 과대평가(가용성 휴리스틱)하거나 구미에 맞는 정보만 엮는 확증 편향이 그러하다. 후자는 같은 사안을 두고도 아전인수격으로 달리 해석하는 좌우('달빛 기사단 대 태극기 부대') 대립의 근원이다. 편향을 없애려면 현상을, 자기 주도적으로 객관적으로 관망하는 마음 챙김(mindfulness) 즉,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각자무치(角者無齒), 소가 날카로운 이빨이 없음을, 호랑이가 뿔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허상의 세계에 갇힌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편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 걸림돌은 이 같은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어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며 내 편에 장사하는 정치·미디어다. 정서·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사실에 기반하고 찬반의 의견을 병렬해주는 챗GPT의 중립성이 의도적인 사회적인 편향의 억제책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간간이 사실 같은 허구를 만들어내는 환각은 유념한다는 전제하에.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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