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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일인가"… 국힘, 이혜훈 쇼크에 '자성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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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배신 행위" 격분 쏟아내지만
    '또 이탈 생기면 어쩌나…' 고립 우려 커
    "과감한 혁신 나서야" 공개 비판 표출
    이준석 "보수가 비전과 담론 제시할 때"


    한국일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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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은 연일 대외적으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배신 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12·3 불법 계엄 이후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원인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탕평 빙자해 당 고립시키겠다는 것"



    한국일보

    장동혁(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전남 해남군 기업도시 솔라시도의 홍보관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해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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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혁 대표는 29일 전남 해남 방문 중에 취재진과 만나 "(이 후보자의) 장관직 수락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입신양명에 눈이 멀어 당을 배신하는 부역 행위"라고 비판했고,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은전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처럼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이 이틀째 격앙된 반응을 분출하는 것은 충격파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대외적으로는 이 후보자가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이란 당직을 보유한 채 이재명 정부의 장관직을 수락했다는 배신감을 앞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른바 '영남 자민련화'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하다. 장 대표의 강경 일변도 행보로 당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합리적 경제통으로 불린 이 후보자의 이탈이 당의 강성 이미지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이 대통령이 탕평을 빙자해 국민의힘을 쪼그라뜨리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잇단 보수 인사들의 전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에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을 데려갈 것이라는 소문조차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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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을(맨 오른쪽) 국가보훈부 장관이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었던 2004년 3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후보로 나서며 경쟁 상대인 박진(왼쪽부터), 홍사덕, 김문수, 박근혜 후보와 손을 잡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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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의 자성과 노선 변화를 촉구하는 의원들의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정연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의 보수진영 흔들기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더 과감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썼다. 박정하 의원도 "한쪽은 자율주행차 만들면서 안전성 점검하며 고민하는데 다른 한쪽은 소달구지 여물 걱정하는 형국"이라며 미래지향적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는 한 재선 의원이 "신경질적 반응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윤 어게인을 넘어선, 좀 더 신중하고 멀리 보는 플랜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30일 초·재선 모임에서도 당의 성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진영인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의 '배신자론'을 꼬집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은 자신감의 발로"라며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며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무안·해남=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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