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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복통·설사 한 달이면 단순 장염 아냐… "숨기다 병만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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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증성 장질환 환자 10년 새 2배 늘어
    소시지·시리얼 속 유화제, 장 점막 자극
    치질로 오해, 약 부담에 내원 꺼리거나
    소장 염증이 내시경으로 발견 안될 수도
    섬유질 피하고 단백질 소량 자주 섭취를


    한국일보

    23일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서울병원에서 만난 송은미 소화기내과 교수가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화여대 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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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 때문이겠지’라며 가볍게 넘겼던 복통과 설사가 사실은 만성질환의 시작이라면 어떨까. 최근 10년 동안 국내 환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한 ‘염증성 장질환’은 더 이상 드문 병이 아니다. 장에 원인 모를 염증이 반복되는 이 질환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뉘며,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부담 탓에 환자들은 증상 자체보다 심리적 위축을 더 크게 겪기도 한다.

    그러나 23일 서울 강서구 이화여대 서울병원에서 만난 송은미 소화기내과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 같은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질환을 조절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염증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증상이 가라앉는) 관해기에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위축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반적인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어떻게 다릅니까.

    “복통과 설사 같은 증상만 보면 매우 비슷해요. 결정적인 차이는 장내 염증 유무입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내시경이나 혈액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장의 운동이나 신경 문제로 증상이 나타나요. 반면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물리적인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병입니다. 보통 급성 장염은 2, 3주 안에 호전되지만,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해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발생 나이와 합병증이 달라요.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돼 만성 염증이 발생하지만,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어디에나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이 주된 염증 부위이기 때문에 대변을 참기 어려워져 묽은 변을 보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게 돼요. 배변할 때 끈적끈적한 점액이 묻어나오거나 혈변을 보기도 합니다. 크론병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는 게 특징이에요. 궤양과 염증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장이 좁아지는 장협착이 생기고, 복통과 소화흡수장애로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서 체중이 줄 수 있습니다.”

    -치질이나 다른 병으로 오해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크론병엔 항문 주변에 고름이 생기는 항문 농양이나 치루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단순 치질로 생각하고 부끄러워하며 숨기다 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소장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일반 내시경으로는 발견이 어려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설사와 복통이 있어서 내시경 검사를 해도 이상 소견이 없으니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구나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젊은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환경 요인 때문입니까.

    “우리나라도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지난 10년 사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2배 이상 늘었어요. 특히 소시지‧시리얼 같은 초가공식품이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이런 식품에 들어가는 유화제(식품 첨가물) 성분이 장 점막을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많아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건 완치가 불가하다는 뜻입니까.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목표는 완치보단 관해에 있어요. 원인을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 발현을 조절하는 쪽에 중점을 둡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조절하는 병이라는 얘기예요. 기존 항염증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위해 생물학적 제제 같은 다양한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런 약물을 쓰면 몸에 숨어 있던 결핵균이 활성화하거나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전 결핵 검사나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필수로 권합니다. 약의 부작용보다 질환을 방치했을 때 장을 절제해야 하는 등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하는 게 중요해요.”

    -증상이 있을 때 식단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증세가 더 나빠질까 봐 계속 죽만 드시다가 병원에 오는 분들이 있어요. 염증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거기서 새 살이 돋아나려면 영양소가 충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량씩 자주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을 권합니다. 기름지지 않게 조리된 게 좋아요. 이때 섬유질이 많은 식품은 피해야 해요. 장 안에서 가스가 생길 수 있고,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들이 많아져 복통을 유발할 수 있어서입다. 복통, 설사 증상이 심하거나 장 협착이 동반돼 있다면 도정되지 않은 잡곡류나 콩류, 견과류는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일류나 채소류는 껍질과 씨 부위는 제거하고 익혀서 먹는 게 좋고요. 프로바이오틱스가 궤양성 대장염의 활동기와 관해기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연구가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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