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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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요계는 나라 안팎에 명암이 공존했다. 바깥에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에스티(OST) ‘골든’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통산 8주 1위를 달성하며 ‘가상 걸그룹’ 신드롬을 만들었고,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APT.)는 꺼질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했다. 하지만 나라 안쪽에선 산업과 아티스트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등 여러 문제점도 드러났다.
‘골든’의 돌풍은 “케이(K)팝이란 무엇인가” 같은 오래된 질문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스트리밍과 틱톡 같은 쇼트폼 밈을 타고 확산된 노래는 영화의 서사와 함께 소비되며 ‘음악-서사-팬덤’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케이팝의 문법을 글로벌 대중문화의 언어로 번역해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영화 기록을 세웠고, 음악은 그 흥행을 다시 떠받쳤다.
지난 9월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비에스(UBS)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엠티브이(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아파트’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은 로제가 활짝 웃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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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올해의 한 장면이다. 이 곡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비에스(UBS) 아레나에서 열린 ‘엠티브이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오는 2월 초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레코드 오브 더 이어’ ‘송 오브 더 이어’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역시 국내 가수로는 최초다.
흥미로운 건 ‘골든’과 ‘아파트’ 모두 ‘경계를 넘는 케이팝’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전자는 애니메이션 속 가상 그룹이지만 실제 보컬리스트들의 기량과 ‘케이팝식 제작’이 결합해 현실 차트를 흔들었고, 후자는 케이팝 스타의 정체성과 팝 슈퍼스타의 브랜드가 만나 ‘협업’이 아닌 ‘합작’으로 완성됐다. 그래미 후보 명단에 ‘골든’과 ‘아파트’가 동시에 올라간 장면은, 케이팝이 더는 변방의 장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도권이 확인해준 순간이기도 하다.
가수 나훈아. 예아라·예소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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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으로 눈길을 돌리면,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중 원로 가수 나훈아의 씁쓸한 퇴장은 여러 논란을 남겼다. 나훈아는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마지막 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를 열고 은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내란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공연 중 우리 사회를 ‘왼팔’ ‘오른팔’에 빗대며 “왼쪽, 니는 잘했나”라고 말하는 등 불필요한 정치적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가황’의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 고별 무대였다.
9월6일 진행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콘서트. 한국방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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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가왕’ 조용필은 다른 방식으로 ‘전설의 현재진행형’을 증명했다.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가 한국방송2(KBS2)에서 추석 당일 방송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청률이 15.7%(닐슨코리아)에 달했다. 여전한 현역으로 무대에 남아 노래로 증명하는 태도는, 말로 상처를 남긴 나훈아의 은퇴 무대와 자연스레 대비됐다.
뉴진스가 지난 3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어도어의 광고계약 체결금지 및 기획사 지위보전 가처분 사건 첫 심문기일에 참석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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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커진 케이팝 산업의 그늘도 드러났다. 하이브(어도어)-뉴진스 분쟁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지난 10월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1심에서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고, 멤버들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며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이라는 법적 지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멤버들은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뉴진스 완전체 복귀’는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29일 어도어가 다니엘에게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하면서다. 이에 크게 실망한 팬들은 소속사를 비판하고 있다.
경영적 측면의 위기도 지속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수천억원대 규모의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수사와 맞물린 하이브의 불확실성은 자본을 앞세운 ‘대형 시스템’이 가진 취약점을 내비쳤다. 현재 검찰·경찰·금융감독원에 국세청까지 수사에 총동원된 상황이다. 케이팝 산업 성장의 상징이었던 거대 기획사는 거대 자본과 결탁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 9월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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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5년 가요계는 ‘밖으로는 확장, 안으로는 균열’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2025년의 케이팝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어 ‘내면의 악마와 싸운 한해’였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거대 기획사 소속 그룹들이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팝의 혁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산업의 거대화로 발생한 내부의 균열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케이팝 발전의 다음 챕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핑크.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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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케이팝계에는 굵직한 스타들의 컴백이 예고돼 있어 희망의 빛을 드리운다. 우선 ‘군백기’를 마친 방탄소년단(BTS)이 다가오는 봄 새 앨범을 내고 월드투어에 들어갈 예정이다. 혼란스러운 소속사뿐 아니라 케이팝 전체의 구원투수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방탄소년단 못지않은 글로벌 영향력을 지닌 블랙핑크도 월드투어를 이어가면서 새 앨범도 발표할 계획이다. 새해에 데뷔 20주년을 맞는 빅뱅은 오는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승리를 제외한 4명의 멤버가 모여 빅뱅의 스무살 생일을 자축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그 밖에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스트레이 키즈를 비롯해 다른 혁신적인 케이팝 그룹들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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