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금품수수 녹취 결정타
與 원내사령탑 불명예 퇴진
후임은 내달 11일 선출키로
박정·백혜련·한병도 하마평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가 전격 사퇴하면서 민주당의 연초 입법전략은 한층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며 당내 완충역할을 맡아온 원내대표의 공백으로 정청래 당대표가 주도하는 개혁 드라이브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선 뒤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준비된 원고를 꺼냈다. 이후 "국민 여러분께 먼저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며 "이 과정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선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연일 제기되는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정부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직 보좌진의 의혹 폭로가 잇따르면서 사퇴압박을 받았다. 논란은 그가 국회 국토교통위원이던 2024년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KAL호텔 숙박권을 무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가 지난 22일 나오며 본격화했고 근래 지방의원 공천과정에서 금품수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육성이 담긴 녹취가 공개된 점이 결정타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차기 원내대표 선출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친청(친정청래) 내지 친청·반청(반정청래) 대결구도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얻으며 원내사령탑에 오른 김 원내대표는 당의 투톱 중 한 축으로 '전광석화 개혁'을 앞세운 정 대표와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후임 선출 때까지 원내대표 대행을 맡지만 역학구도상 정 대표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사퇴에 따른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예정된 다음달 11일에 함께 치르기로 결정했다. 당장 통일교특검과 민생법안 처리를 놓고 야당과 협상에 나서야 하는 민주당은 원내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겠단 방침이다.
이번에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는 내년 6월까지인 김 원내대표의 잔여임기 약 5개월간 직을 맡게 된다. 후보군으로는 박정·백혜련·한병도(이상 3선)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외에 조승래 사무총장(3선) 이언주 최고위원(3선)도 언급된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