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3000건 불과” 보상안도 포함
“확인 안됐다” 韓정부 이견은 배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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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29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쿠팡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해당 내용을 미국에서 공시한 것이다. 공시에는 피해 규모가 3000건에 불과하며 12억 달러(약 1조6850억 원) 상당의 소비자 배상을 실시할 거라는 내용이 포함된 반면에 자체 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이견은 담기지 않았다.
쿠팡은 이날 개인정보 유출 사고 조사 결과와 보상안을 SEC 공시 시스템인 EDGAR를 통해 공시했다. 피해 보상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재무적 변화를 알리기 위한 취지다. 쿠팡은 공시를 통해 지난달 말 사고를 통보 받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내년 1월 15일부터 12억 달러 규모의 쿠폰을 지급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쿠팡은 “사고 가해자는 이미 신원이 확인돼 쿠팡 및 수사당국과 협조하고 있고, 사고에 사용된 모든 기기를 제출했다”며 “조사 결과 약 3300만 개의 계정에 대한 접근이 있었지만 가해자가 실제로 저장한 데이터는 약 300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유출된 데이터가 제3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쿠팡은 26일 발표한 반박문과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 정부의 직접 지시에 따라 수주간 조사가 이루어졌다”고도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제안으로 유출자와 접촉해 범행을 자백받고 기기를 회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5일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강한 항의와 유감을 표시했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도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엔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쿠팡의 이 같은 공시가 향후 부실 공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의 ‘미래 전망(Forward-Looking Statements)’ 섹션에서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언급했지만, 회사 경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규제 당국(한국 정부)이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의 갈등에도 쿠팡이 공시를 강행한 건 미국 증권법상 제재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시 지연이 미 증권법상 중요한 위반 사항으로 여겨지며, 주주 집단소송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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