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류재철 LG전자 사장./각 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LG전자 수장이 ‘CES 2026′에서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다. 내년 1월 6일(현지시각)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다.
삼성전자·LG전자 모두 가전·TV 부문에서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을 받는 데다, 인공지능(AI) 전환·수익성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에 따라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의 키를 잡은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류재철 LG전자 사장이 어떤 경영 비전을 내놓을지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노 사장은 CES 2026 개막 이틀 전인 내달 4일 ‘더 퍼스트 룩’의 대표 연사로 오른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 마련한 단독 전시관에서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를 주제로 개최하는 이 행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제품·신기술을 공개할 계획이다. 노 사장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 부문장 겸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직무대행 직함을 뗐다.
류 사장은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내달 5일 열리는 ‘LG 월드 프리미어’ 행사의 대표 연사를 맡았다. LG전자는 매년 CES 개막 전 이 행사를 통해 그해 전시 주제에 맞춘 사업 비전을 공개해 왔다. 올해 주제는 ‘당신에게 맞춘 혁신’이다. 류 사장은 지난달 임원 인사를 통해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가전)사업본부장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199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노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전통 삼성맨’으로 불린다. 류 사장 역시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에서 시작해 CEO까지 승진한 ‘전통 LG맨’이다. 노 사장은 주로 모바일 사업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고, 류 사장은 가전 사업을 담당해 왔다. 노 사장과 류 사장 모두 최근 2~3년간 세계 시장 불확실성 증가에도 각자 맡은 영역에서 사업 성장을 일구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CES 2026 참여를 시작으로 기업 운영 전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노 사장과 류 사장 모두 그간 시장 대응이나 연구개발(R&D)을 통한 미래 먹거리 마련 측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특정 영역에서 사업 성과를 올리는 것과 기업 전반을 아우르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첫 발표부터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가전’-LG ‘TV’ 적자… “기술 혁신 이뤄야”
노 사장과 류 사장 모두 ‘수익성 개선’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 분야가, LG전자는 TV 사업이 특히 ‘약한 고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합산 실적에서 매출 13조9000억원과 영업손실 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사업에서 적자가 나온 건 2023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삼성전자는 TV·가전 분기별 실적을 분리해 발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기간 TV 사업에서 730억원 안팎의 흑자를 올렸고, 가전 사업에서 199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추정한다.
LG전자는 올 3분기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에서 매출 4조6525억원, 영업손실 3026억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영업손실 1917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부진을 겪는 영역의 실적을 개선하는 게 삼성전자·LG전자 수장의 최대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 추격도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기업(TCL·하이센스·샤오미)의 세계 TV 시장 합산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31.8%로 우리나라(28.5%)를 넘어섰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17.9%로 1위를 지켰지만 TCL(14.3%)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점유율 10.6%를 기록하며 하이센스(12.4%)에도 밀려 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RGB TV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26에서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넘겨준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 공략에 나섰다. 양사 모두 ‘마이크로 RGB’ TV 신제품을 공개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백색 대신 적색(Red)·녹색(Green)·청색(Blue) LED를 광원으로 사용해 더 선명한 색상을 재현할 수 있다. LED 칩 역시 100㎛ 이하로 줄여 정교한 밝기를 구현한다. 지난 8월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55·66·75·85·100형 등 총 5가지 크기의 신제품을 공개한다. LG전자도 이번 행사를 통해 ‘LG 마이크로RGB 에보’란 이름의 신제품을 공개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조사업체 연구원은 “삼성전자·LG전자는 그간 TV·가전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와의 기술력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추세”라며 “AI를 접목한 스마트홈 분야나 신가전 영역에서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 새 수장을 중심으로 추진될 신규 사업 전략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