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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영하 13도 칼바람 녹이는 열기…雪에 반한 외국인 "K-스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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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국인 반토막 난 슬로프, 외국인이 메웠다

    호주·대만 등 강원도행 '대이동'

    뉴스1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인근에 스키장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타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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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안팎까지 곤두박질친 지난 26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인근은 두꺼운 패딩을 껴입어도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질 만큼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다.

    출근길 시민들은 옷깃을 여미며 종종걸음을 쳤지만, 이곳에 모인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 눈이 내리지 않거나 한여름인 나라에서 온 이들은 하얀 입김을 뿜어내면서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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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관광객들은 스키장 셔틀버스를 타기 전 예약 명단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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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면세점 셔틀이 아닌 강원도 스키장으로 향하는 전세버스였다. 과거 명동이 쇼핑백을 든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집결지였다면, 지금은 스키와 겨울 레저를 즐기려는 다국적 개별 여행객(FIT)들의 '베이스캠프'로 변모했다.

    호주에서 온 아델 씨(44)는 "지금 호주는 한여름이라 아이들에게 눈을 보여주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며 "얼굴이 얼어붙을 것 같은 한국의 추위조차 우리 가족에겐 잊지 못할 특별한 여행의 일부"라고 말하며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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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인 지난 26일 오전 강원도 춘천의 엘리시안강촌 스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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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 맞아?"…내국인 빈자리, 외국인이 '바글바글'

    국내 스키 산업은 전례 없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키장 이용객은 지난 2011~2012 시즌 68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왔다. 특히 2024~2025 시즌 종료 기준 내국인 이용객은 약 300만 명대 초반에 머물며 전성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해외 여행지 다변화로 내국인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근 5년 사이 전국 17개 스키장 중 5곳이 문을 닫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스키장을 다시 살린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이날 오전 방문한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초급 슬로프 하단이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엘리시안 강촌 관계자는 "오늘처럼 붐비는 날에는 하루 평균 2000명가량의 외국인 관광객이 스키장을 찾는다"며 "내국인에게 월요일은 한가한 비수기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주말 서울 여행 뒤 스키장을 찾는 성수기 패턴이 자리 잡으며 평일 슬로프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시안 강촌의 경우 지난 시즌에만 약 10만 명의 외국인이 다녀갔으며, 올해는 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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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시안 강촌에 자리한 클룩 외국인 전용 라운지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하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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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츠 신겨주는 것까지 케어"…3각 편대가 만든 흥행

    여행의 질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눈을 배경으로 '인증샷'만 찍고 썰매를 타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직접 스키나 보드를 배우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이날 스키장을 찾은 대만인 관광객 A 씨(28)는 "한국에서 난생처음 스키를 타본다"며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직접 기초부터 배워보고 싶어서 강습 상품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스키장(콘텐츠)과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현장 운영),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판매)로 이어지는 철저한 분업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Klook)이 전 세계 회원에게 상품을 노출해 모객을 하면, 전문 인바운드 여행사는 셔틀버스 운행과 가이드, 스키 강습 등 밀착 케어를 전담하는 구조다.

    특히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물리적 거점도 마련했다. 클룩은 엘리시안 강촌 내 '클룩 외국인 전용 라운지'를 지난해 10월 리브랜딩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매표부터 현장 사고 대응, 고객 쉼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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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복과 장비를 대여할 수 있는 프레스티지 렌탈 하우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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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수 클룩 팀장은 "개별 여행객이 혼자서 스키장을 찾아 장비를 빌리고 강습을 받는 것은 매우 높은 진입장벽"이라며 "플랫폼의 예약 시스템과 여행사의 밀착 케어 서비스가 결합해 이 장벽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5년 12월 초 클룩의 겨울 투어 상품 트래픽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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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에 줄지어 있는 DMZ투어 버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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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배우러 왔어요"…스키장 옆엔 DMZ행 '오픈런'

    명동의 아침을 깨우는 또 다른 축은 'DMZ(비무장지대) 투어'다.

    스키장행 버스 옆으로는 파주 임진각과 제3땅굴로 향하는 버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DMZ 투어는 하루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관광객들은 이른바 '오픈런'을 위해 오전 7시 30분부터 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과거 서구권 관광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안보 관광은 최근 K-드라마의 영향으로 아시아 젊은 층 사이에서 한국 여행 필수 코스로 부상했다.

    어머니와 함께 DMZ 투어에 나선 싱가포르인 크리스 씨(26)는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 전공 수업까지 들었을 정도"라며 "책으로만 보던 분단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DMZ투어를 운영하는 여행사 관계자는 "12월은 통상 내국인 관광 비수기지만, 인바운드(방한관광) 업계에서는 스키와 DMZ 수요가 겹치는 최대 호황기"라며 "단순한 쇼핑을 넘어 한국의 겨울과 역사를 깊이 있게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관광 시장의 질적 성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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