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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2026 신춘문예]“세상에 좋은 문장 하나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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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현장서 틈틈이 글쓰기 빛 봐…“사람-삶 이야기 진솔하게 담아낼 것”

    동아일보

    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예의 당선자들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함께 모였다. 왼쪽부터 박지민, 배은정, 김순호, 곽경선, 김근희, 박혜겸, 이형초, 최승연, 최우정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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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보이는 그대로를 썼어요. 실제로 살아온 시간들이니까요.”

    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배은정 씨(52)는 “그동안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많이 썼다”며 이렇게 말했다. 배 씨는 고등학교 시간강사와 사격장 안전요원 보조 등 각종 단기 노동을 하며 글을 써 왔다고 한다. 신춘문예 투고는 10년 가까이 해 왔고, 올해만 동아일보에 중편소설 2편과 단편소설 1편을 응모했다.

    당선작 ‘한시직 진화’는 사격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한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풍경을 그대로 옮겼다”는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받아쓰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독자 없는 글을 계속 써도 되는지 고민했는데, 이번 당선은 계속 써 보라는 뜻처럼 느껴진다”면서.

    올해 101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9명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중편소설 배은정, 단편소설 김근희(35), 시 이형초(25), 시조 김순호(61), 희곡 박혜겸(28), 동화 최승연(36), 시나리오 곽경선(42), 문학평론 박지민(26), 영화평론 최우정(30) 씨가 주인공이다.

    당선자들은 학교와 가게, 회사와 집, 사격장과 전시장을 비롯해 생활의 한복판에서 문장을 길어 올려왔다. 시조 부문 당선자 김순호 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종합식품 가게를 지키며 틈틈이 시를 썼다. 나이 들어 경주문예대를 수료한 뒤 동리목월문학관 시창작반에서 시를 배우다 시조로 전향했다. 지방 공모전과 백일장에 꾸준히 응모하며 입상을 거듭했지만, 중앙지 신춘문예에선 몇 년간 고배를 마셨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내 얘긴데” 싶었다는 그는, 딸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걸 늘 미안해하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행사가 다 끝나고 나면 고향 경북 안동 산소에 찾아가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당선 전화를 받고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덜컥 났다”며 “부모님이 제 그릇을 만들어 주셨고, 나머지는 제가 채우고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것.

    시 부문 당선자 이형초 씨는 박물관·기념관 전시 기획과 설계를 맡아 온 기획자다. 고려인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며 관련 역사와 문학을 꾸준히 읽어 온 그는 “1900년대부터 만주와 러시아로 이주해, 맨 처음 그 땅에 밭과 집, 문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을 위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선작 ‘디아스포라’는 그렇게 태어났다. 한동안 시 쓰기가 꺾였던 시기에 받은 당선 소식이 “다시 시를 붙들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 그는 “시는 가지고 있는 무기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50편 정도는 꾸준히 비축해 두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 부문 당선자 최승연 씨는 해운회사에서 11년째 근무하며 주말과 밤 시간을 쪼개 글을 써 왔다. 한동안 글을 놓고 지내다 2017년 문화센터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에 언급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늦게 당선된 만큼 쌓인 게 많다”는 그는 “아이들이 읽었을 때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독자를 염두에 둔 작품을 계획 중이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김근희 씨는 변리사로 일하며 꾸준히 소설을 써 왔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해 온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하면서 국문학을 부전공했고, 대학 시절 소설 쓰기 수업과 문학 동아리 활동도 병행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퇴근 후와 출근 전, 주말에도 글을 계속 쓸 것”이라며 “언젠가는 장편소설에도 꼭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시나리오 부문 당선자 곽경선 씨는 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지방으로 이사한 뒤, 전업주부로 지내며 혼자 시나리오를 썼다. 시와 소설로 여러 해 응모했지만, 시나리오는 독학으로 이번에 처음 도전했다고. 그는 “기쁨보다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희곡 부문 당선자 박혜겸 씨는 스스로를 “쉽게 흔들리고, 자신을 잘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내 안에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찾지 못해 오래 고민해 왔다”고 털어놨다. “당선되고 나서야 제 안에 나도 몰랐던 믿음이 하나쯤은 있었구나 싶었다”고 한다.

    영화평론 부문 당선자 최우정 씨는 앞서 연극, 방송 평론으로도 입상한 이력이 있다. “매번 다른 매체로 독자를 만난 건 큰 행운”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인문학적 성찰과 대중적 공감을 함께 담아내는 비평을 쓰고 싶다”고 했다. 최 씨는 스스로가 “늘 관객일 사람”이라며, 한국 극예술 전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박지민 씨는 “좋아하는 마음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한 작품에 깊이 빠졌을 때의 감동을 ‘영업’하고 싶은 마음으로 평론에 입문했다고. 그는 김혜순 시인이 1978년 동아일보에 평론으로 먼저 등단한 뒤 창작을 이어 온 사례를 언급하며, “언젠가는 창작에도 도전해 세상에 좋은 문장 하나를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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