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쥐고 부처 장악하던 기재부 옛말
'플랫폼' 역할 전환…조율 한계 시각도
"부총리 말이 대통령 의중" 신호 필요
구윤철(맨 앞)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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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낸 재정경제부(재경부)가 2일 공식 출범한다. 예산 편성 기능은 기획예산처에 넘기고, 재경부는 경제정책 총괄에만 집중하는 구조다. 하지만 막강했던 기존 기재부의 권한이 분산됨에 따라, 재경부가 경제 사령탑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1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재경부는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부처 간 협업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장관들이 토론을 거쳐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주재할 경제관계장관회의,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에서 각 부처가 안건을 적극 제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의견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도 부총리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독식하지 않고 주무 부처 장관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각 부처 실무진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없는 재경부, '낮은 자세' 전략…한계도 명확
곧 발표할 '2026년 경제성장전략' 수립 과정도 달라졌다. 통상 기재부가 단독으로 세부안을 마련한 뒤 관계 부처와 협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각 부처로부터 과제를 취합한 뒤 이를 조정·보완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재경부는 '2차관·6실장' 체제로 출범한다. 각 부처를 뒷받침하며 조정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조직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기존 기재부와 비교하면 2차관제는 유지하고 실장(1급) 세 자리가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혁신성장실'을 신설, 기존 정책조정국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했다. 예산 기능이 이관되면서 국회의 예산 증액 요구 등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 오직 경제정책 수립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없잖다. 기존 기재부의 핵심 수단인 '예산권' 없이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권을 쥔 기재부 눈치를 보느라 타 부처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재부 의견을 따랐는데, 재경부엔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여기에 금융위원회 흡수·통합마저 무산되면서, 재경부는 '세제' 권한만으로 정책을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구윤철(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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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부총리에 힘 실어줘야…'정례 독대' 목소리도
이 때문에 부총리직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세우려면 청와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무총리의 대통령 주례 보고처럼, 대통령과 부총리의 '정례 독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재경부 안팎에서 나온다. 재경부의 판단이 곧 통치권자의 의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드시 독대라는 형식이 아니더라도 부총리급 정례 보고 체계는 대통령이 부총리와 자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 중심의 국정 운영이 아닌 공식적인 내각 중심 의사결정 체계라는 상징을 갖는다"고 말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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