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증설·HBM 수요 확대
샌디스크·마이크론 등 수익률 독식
개미들은 엔비디아 등 빅테크에 몰려
보관액도 테슬라·팰런티어 상위권에
M7보다 AI인프라 투자가 성과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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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해 동안 뉴욕 증시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들은 ‘M7(매그니피센트7)’ 등 빅테크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등 단기 테마 투자에 집중하며 수익률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과를 냈습니다. 인공지능(AI) 확산의 수혜가 소프트웨어·플랫폼 등 서비스보다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인프라에 먼저 집중되면서, 이른바 ‘AI 곡괭이’에 대한 장기 투자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지난해 뉴욕 증시를 주도한 종목과 서학개미들의 투자 흐름을 비교하며, AI와 관련해 유효했던 투자 공식이 무엇이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4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준 샌디스크는 2025년 한해 동안 567.28% 급등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웨스턴디지털이 276.44%, 마이크론이 235.09%, 씨게이트가 224.20% 상승하며 주식 수익률 상위권을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휩쓸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실적과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성과를 살펴봐도 흐름은 유사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가 지난해 수익률 1·2위를 차지했고, 금 채굴 기업 2배 레버리지 ETF가 3위, MSCI 코리아 25/5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가 4위, 은 가격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가 5위에 올랐습니다.
반면 국내 개인 투자자의 지난해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같은 날 기준 알파벳(2조 9503억 원), 뱅가드 S&P500 ETF(1조 9737억 원), 비트마인(1조 9592억 원),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1조 6569억 원), 엔비디아(1조 5701억 원)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알파벳의 연간 수익률은 65.68%로 S&P500 내 27위에 그쳤고, 엔비디아 역시 35.59% 상승하는 데 머물렀습니다. 비트마인은 지난해 연중 주가가 4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6월 연고점 대비로는 5배 넘게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했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최근 3년간 주가가 약 1100% 이상 급등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고, 그 결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 상위 종목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순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1·2위를 유지한 가운데 팰런티어와 알파벳이 새롭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서학개미들이 이들 종목을 대거 사들인 배경에는 단기간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서학개미들은 작년 7월부터 비트마인을 집중 매수하기 시작해 7~9월 연속으로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려놨습니다. 그러나 비트마인 주가는 7월 초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파벳 역시 지난해 11월 순매수 상위에 올라오고 나서부터는 주가가 10% 남짓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테마에 민감한 매매가 일부 수익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업황 개선이 실적에 반영되는 기업이 보다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합니다. 이 같은 패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습니다.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에도 인터넷 서비스 기업보다 시스코시스템즈,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네트워크와 플랫폼 인프라를 공급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19세기 미국 서부개척 시대 가장 많은 돈을 번 이는 금을 캐던 광부가 아니라, 청바지와 곡괭이를 팔던 사람들이었다”는 격언이 자주 언급됩니다. AI 시대 역시 데이터 저장과 연산 등 필수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가 더 유효했다는 해석입니다.
증권업계는 올해에도 AI와 우주과학, 기술 패권 경쟁과 맞물린 전력, 핵융합, 소재, 로봇 등 인프라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DOE)가 추진 중인 ‘제네시스 미션’이 핵융합, 전력망 현대화, 전략 소재, 양자컴퓨팅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면서 정책적 수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제네시스 미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AI를 단순한 신기술 육성을 넘어, 2차 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시킨 바 있습니다.
박기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네시스 미션을 계기로 AI 활용이 챗GPT·제미나이 등 언어 모델 중심의 가상 영역을 넘어 에너지·소재·항공우주 등 실물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생산성 혁신을 주도하는 딥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인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는 차세대 원전(SMR)과 전력망 기업들은 장기적인 실적 성과를 확보하고, 소재 자립화와 자율 제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효율화를 통해 재투자수익률(ROIC)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달 S&P500 지수 예상 범위를 6550~7200포인트로 상향하며,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IT와 산업재·인프라를 꼽았습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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