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기업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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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권의 대출 무게중심이 뚜렷하게 이동했다. 상반기에는 가계대출이 증가 흐름을 주도했다면 하반기에는 기업대출이 이를 앞지르며 방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개인사업자 대출만 홀로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33조5431억원, 기업대출 증가액은 24조1028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컸지만 시점을 나눠보면 대출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진다.
상반기에는 가계대출이 20조6998억원 늘며 기업대출 증가액(9조1158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금리 인하 기대와 주택시장 회복 조짐이 맞물리며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났던 시기다. 은행들 역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을 운용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뚜렷하게 달라졌다.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12조8433억원으로 둔화된 반면, 기업대출은 14조9870억원 늘며 증가 폭이 역전됐다. 연간 수치만 보면 드러나지 않던 '무게중심 이동'이 하반기에 분명하게 나타난 셈이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생산적금융으로의 전환이 꼽힌다. 하반기 들어 은행권의 자금 운용 방향이 주택·신용 중심의 가계대출에서 기업, 특히 성장 산업이 몰린 중소기업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실제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에서 대출잔액의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소기업대출은 상반기 1조8578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하반기에는 10조3394억원 늘었다. 생산적금융 흐름 아래 은행들이 기술금융 등 우량 중소기업 중심으로 자금을 빠르게 재배치한 결과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윤선정 |
문제는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개인사업자의 소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만 별도로 떼어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1조1893억원 감소하며 주요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이 폭증한 가운데서도 자영업자 금융에는 온기가 돌지 않았다.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연체율 등 자본 적정성·건전성 관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도 상대적으로 커 은행 입장에서는 취급에 부담이 있는 항목이다. 같은 기업대출이라도 '우량 산업'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쪽으로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권이 그간 우려해온 지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을 동시에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병행하기에 구조적·인적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적지 않다. 생산적금융이 전면에 부각될수록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를 포괄하는 개인사업자대출 등 포용금융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도 은행권은 우량 중소·기술기업 발굴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이미 개인사업자 대출과 관련해 신규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대출의 이자 부담을 낮춰 성실상환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흐름이 목격된다. 확대를 하더라도 보증기관을 끼고 대출을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생산적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 심사역을 확보하거나 관련 기술신용대출의 심사 프로세스 강화에 힘을 쏟는 중"이라며 "자산건전성 관리와 자본비율 유지라는 중장기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어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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