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부서도 당명 개정 추진에 자조적 반응
정청래 "윤 못 잊어당"…민주당의 비꼬기 작명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발표한 쇄신안에 대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다. 당 일각에서도 실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은 장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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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근시안적 당리당략에 사라잡힌 정치 풍토가 여전하다. 6·3 지방선거와 맞물려 상대를 깎아내려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저질 정치 분위기가 만연하다.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와 국민의힘의 쇄신안 등 정치 현안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시각차를 보인다. 단순한 인식의 차이를 넘어 어떻게든 상대를 헐뜯고 비방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점은 비판 지점이다. 동북아시아를 포함해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여야는 경제와 민생 등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기는커녕 다툼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오직 국익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여야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쇄신안이 핵심 지지층의 반발과 당내 비판을 동시에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장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한 뒤 인사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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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외친 장동혁에 "장배신" 외친 강성 당원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쇄신안 발표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대국민 사과 이후 강성 지지층 반발이 심상치 않다면서?
-맞아. 지난 7일 장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에 나선 이후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말 그대로 불이 붙은 상태야.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기회주의 장배신"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잘한다고 외쳐줬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글도 올라왔어. 한 책임당원은 "장동혁에게 제대로 속았다. 탈당한다"고 했고, "계엄을 사과할 거면 김민전 의원에게 당대표 자리를 넘기라"는 주장까지 나왔지.
-맞아. 한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장 대표는 발표 직전까지도 원내에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고, 쇄신안을 고심하며 다듬었다고 해.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 구형일 직전인 8일에 쇄신안을 발표할 경우 시기가 너무 맞물린다는 점을 의식해 하루 앞당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어.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를 보다 자연스럽게 벌리기 위한 '시차 두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왔고.
장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에서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큰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라며 사과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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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후폭풍을 어느 정도 예상한 걸까. 장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회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담담한 표정으로 입장한 뒤, 약 10분 동안 차분하게 쇄신안만 읽었어. 이후 취재진 질문은 따로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자리를 떴지. 설명도 해명도 없이 말 그대로 '할 말만 하고 나간' 장면이었어.
-맞아. 장 대표는 지금 강성 당원들의 속도 조절 요구와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더 큰 쇄신 압박 사이에 끼어 어느 한쪽도 쉽게 버리지 못한 채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지. 결국 이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장 대표 리더십의 진짜 시험대가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야.
장동혁 대표가 7일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며 당명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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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보수당의 당명…내부서도 '이러쿵저러쿵'
-장 대표의 쇄신안에 국민의힘 당명 변경이 담겼잖아. 이를 두고서도 말들이 많더라.
-5년 4개월이면 꽤 오래 쓴 건가? 가장 길게 썼던 당명이 뭐지?
-보수정당 역사상 제일 오래 버틴 당명은 '한나라당'이야. 위기가 생길 때마다 혁신과 쇄신이라는 목표 아래 당명을 바꾸면서 위기를 돌파해 왔거든. 1997년 IMF 위기로 추락하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와 조순 통합민주당 총재가 뜻을 모아 만든 이름이야. 이 당명의 수명은 15년이야.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한나라'라는 이름이 주는 그 묵직함이 그립다는 소리가 아직도 나오는 이유야. '보수의 황금기'라고도 볼 수 있는 그 시기도 결국 지나가긴 가더라.
2020년 9월부터 현재 당명을 사용해온 국민의힘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2012년)에서 자유한국당(2017년), 미래통합당(2020년 2월)의 변천을 거쳤다. 사진은 2019년 12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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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있었더라?
-이후 당명을 바꿀 때마다 자유한국당 '횃불' 로고 논란, 국민의힘 '국민의당' 표절 논란 등으로 한참 시끄러웠던 걸 생각하면 이번에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야. 당내에서는 "이름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커. 단순히 국민의힘이라는 글자만 지울 게 아니라 당의 노선이나 핵심 인물들까지 싹 바꾸는 모습을 보여줘도 지방선거에서 이길까 말까라는 거야. '민생' '미래' '혁신' 등의 단어가 들어갈 거라는 소문만 무성한데, 당명만 바꾸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름에 맞는 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9일 경남 창원 의창구 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민생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당명을 어떻게 바꾸든 '윤 못 잊어당', '윤 물망초당'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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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바꾼다는 국힘에…'尹 못 잊어당' '내란 자유당' 추천한 與
-더불어민주당이 당명 개정에 나선다는 국민의힘에 새 이름을 추천해 줬다고?
-국민의힘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에서는 조롱 섞인 작명들이 잇따라 나왔어.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의 새 당명 후보가 이미 자신의 유튜브 댓글에 나와 있다고 언급했어. 누리꾼들이 제안한 이름은 '내란의힘', '국민의짐', '국민의암' 같은 것들이었는데, 박 수석부대표가 "이런 제안들을 살펴서 당명 개정을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자 현장에 있던 출입기자들과 배석한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어.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힘의 새 이름 짓기에 가세했지. 정 대표는 9일 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지. 정 대표는 "아무리 국민의힘이 당명을 개정해도 국민들은 '윤석열 못 잊어 당', '내란 자유당', '내란 DNA 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꼬집었어. 그러면서 "장 대표가 개명한다고 장동혁이 아닌 게 되느냐"고 지적했어.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는 거야.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반응도 냉소적이야.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혁신이 아니라 도피"라며 "짜장면집 간판을 내린다고 짜장면집이 뷔페가 되느냐"고 반문하더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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