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9세기 초 라틴아메리카는 시몬 볼리바르가 이끌던 독립 세력이 식민모국 스페인을 몰아내자 독립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뿐이었다. 스페인의 노골적인 식민주의는 사라졌지만, 미국의 세련된 '신식민주의'가 그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자원을 약탈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협업한 몇몇 현지인들은 큰 부를 거머쥐었으나 대다수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그런 라틴아메리카 중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컸던 쿠바에서 혁명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신간 '피델 & 체'(21세기북스)는 쿠바혁명의 주인공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전기를 엮은 책이다. 작가인 사이먼 리드헨리는 쿠바 아바나와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워싱턴 등 세계 곳곳의 방대한 자료와 기밀문서를 뒤지고, 생존한 관련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쿠바 혁명과 혁명을 이끈 두 영웅의 이야기를 복원했다. 저자는 이들의 태생부터 시작해 죽음까지의 여정을 드라마틱한 문체로 그려냈다.
연설하는 피델 카스트로 |
책의 백미는 두 청춘이 멕시코시티에서 만나 "애달프고도 빛나는 시절"을 함께 한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탁월한 웅변 실력을 지닌 카스트로와 조직을 구성하는 데 발군의 역량을 갖춘 '조직가' 체 게바라가 불가능할 것 같은 혁명을 완수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러나 혁명이라는 꿈에서 깬 후 찾아오는 냉혹한 현실도 저자는 함께 그려낸다. 권력을 잡은 카스트로는 혁명을 계속하기보단 현실에 안착했다. 그는 보수화된 소련 편에 섰고, 체 게바라는 그 반대편에 서서 '영구혁명'을 주장했다. 게바라는 '제국주의와 공존하는 사회주의는 죽은 사회주의'라며 소련을 강하게 비판했다.
[21세기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역사는 짧게 보면 강자와 현실주의자의 편이다. 현실적으로 권력의 편에선 카스트로는 죽을 때까지 쿠바를 다스리는, 실질적 왕이 됐다. 반면,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체 게바라는 라틴아메리카 해방이라는 대의를 품고 혁명에 나서다 볼리비아 정부군에 비참하게 총살당했다.
그러나 역사는 길게 보면 몽상가의 편이다. 몽상가들은 직간접적인 정치 운동을 촉발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문화 아이콘으로 기억된다는 점에서다. 체 게바라 모습을 새겨 넣은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은 베트남 반전시위에서, 68혁명이 한창인 파리에서, 그리고 작금의 록 콘서트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의 티셔츠와 피켓 시위 사진에서만 체 게바라의 모습이 살아 숨 쉬는 건 아니다. 어쩌면 카스트로의 마음에도 혁명에 들뜬 게바라의 모습이 정물처럼 박혀 약동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체 게바라가 죽고) 수년이 흐른 후 어느 기자가 체에 대해 묻자 피델은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광택이 나는 나무 탁자를 주먹으로 누르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나는 체에 대해 많이 꿈꿉니다. 그가 살아서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꿈꿉니다. 나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장면을 꿈꿉니다'라고 말했다."
유수아 옮김. 48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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