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주택공급대책 실효성 논란
규제 완화 ‘집값 자극’ 우려에 민간 외면
대출 규제 완화 등 서울시 요청도 묵살
“공공주도만으론 한계, 투트랙 병행해야”
김윤덕(왼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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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내놓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는 용적률 완화 등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내놓은 첫 공급책 ‘9·7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도 정부가 시장 영향을 고려해 발표를 연기한 사안이다.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서 “정비사업·비아파트 활성화 등 도심 공급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도 병행 중”이라며 “준비되는 대로 추가 발굴 물량과 함께 계속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서울의 주택공급 대부분이 정비사업에서 나오는만큼, 이번 6만호 공급 계획에도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7 대책에서도 정부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늘리겠다고만 언급했을 뿐, 민간 분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은 신규 주택 공급의 80%를 정비사업이 담당한다. 이 때문에 정비업계에서는 용적률을 완화해 물량공급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간 용적률 완화는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평행선 상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공공과 민간 모두 용적률을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8·8공급대책에서도 “역세권 정비사업 용적률은 법정 상한의 1.3배, 일반 정비사업은 법정 상한의 1.1배까지 높여준다”는 내용을 포함했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공공 정비사업을 먼저 활성화한 뒤, 추후에 민간을 완화하자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 국면에서 민간의 용적률 완화가 서울 집값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15억2162만원을 기록, 1년 전(12억7503만원) 보다 19.3%가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도 6억6948만원으로 1년 전(6억3267만원)보다 5.8%가 뛰었다.
특히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이 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필두로 한 ‘한강벨트’의 매매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2년1월=100)를 보면 강남구는 올해 1월 111.8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127.4)에 비해 15.6포인트가 올랐다. 같은 기간 서초구(102.1→121.0), 송파구(100.1→125.4)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강북권 한강벨트 지역인 마포구(116.5→98.4), 용산구(121.5→103.7), 성동구(97.9→121.5)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입주 절벽으로 인한 공급 부족, 핵심입지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604호로 지난해 3만5322호 대비 53%가 줄어든상태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하반기에 집중돼 단기 체감난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사업성 개선 기대가 커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추가 투자 수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내 재건축 단지만 200곳이 넘고 재개발도 600여개 구역에 이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긴 쉽지 않다”며 “또한 아파트 중심의 공급정책만 펼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공공·유휴부지 중심의 중장기 공급에 치우치면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사업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이주비 대출 규제, 용적률 완화 등이 모두 제외돼 공급 시점을 당길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같은 상황이 공급부족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중 91%에 달하는 39곳(계획 세대 수, 약 3만1000호)이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2027년까지로 확대해보면 5만6000호 가량이 이주비 대출로 인한 자금조달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비사업 활성화 없이 규제 일변도 정책이 지속될 경우 서울시가 내세운 ‘2031년 31만호 착공’ 달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개별 부지를 개발해 공급하는건 일회성 대책이기 때문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정비사업의 퇴로를 막을 경우 지속적인 주택 공급 환경이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도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정비사업이 활로를 여는 ‘공공·민간 투트랙(Two-Track)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정부가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량·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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