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8개월째 고용 감소 지속
원자재 비용 상승·불확실성에 투자 위축
AI·자동화 투자 늘어도 일자리는 제한적
“공급망 재건, 단기간에 안 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피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 지원대책을 14일 발표했다. 사진은 경기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 공장에 알루미늄 제품들이 놓여있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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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앞세워 제조업 부흥을 약속했지만, 실제 미국 제조업은 오히려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가 해외 경쟁을 억제하기보다는 기업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키우며 고용과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 자료에서 미국 제조업 고용은 2023년 이후 20만개 이상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어느 시점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미국인 수가 적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한 이후 8개월 동안 제조업체들은 매달 인력을 줄였고, 이 같은 흐름은 제조업 경기 둔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하는 제조업 지수는 지난해 12월까지 26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올해 1월 신규 주문과 생산이 반등하며 일시적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추세적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 인구조사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반도체·신재생에너지 투자로 급증했던 제조업 건설 지출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9개월 동안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제조업 쇠퇴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자본 투자와 공장 건설은 수년에 걸쳐 이뤄지는 산업 특성상, 관세만으로 단기간에 제조업 고용을 되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시 레너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제조업은 팬데믹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관세의 부작용도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철강 부품 업체 인스틸의 호 월츠 최고경영자는 “관세로 이득을 본 제품은 거의 없다”며 “국내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성장 자체가 제약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산 철강 관세가 50%로 인상되면서, 미국산 철강 확보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오히려 관세가 부과되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역설적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금속 부품 제조업체 NN 역시 관세로 인한 철강·알루미늄 가격 상승과 금·은 가격 급등이 겹치며 투자 여력이 줄었다. NN의 해럴드 베비스 최고경영자는 “관세가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커져 새로운 성장 분야에 투자할 현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보다 멕시코나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한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대규모 미국 투자 약속을 이끌어내고, 애플·반도체·제약 기업들의 공장 신설 계획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신규 투자가 로봇·인공지능 관련 설비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장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고금리와 누적된 인플레이션도 제조업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가구 제조업체 스카이라인의 메간 웨커 최고경영자는 “주택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구 수요도 회복되기 어렵다”며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신규 생산에 장기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연합의 스콧 폴 회장은 “제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거시경제 여건”이라며 “아직 새로운 정상 상태가 무엇인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관세가 제조업 부흥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의 회의론은 여전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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