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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로봇이 온다

    AI 만능론은 시기상조…'로봇은 물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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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

    박종우 서울대 교수 "VLA, 데이터만으론 조작 격차 못 메운다"

    이홍락 LGAI연구원장·최혁렬 에이딘로봇 대표 등 로봇 개발 방향 제시

    아시아경제

    이홍락 LG AI연구원장이 6일 '2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 2026)'에서 원격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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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 10도의 한파 속에도 한국 로봇의 미래를 책임진 2000명이 넘는 학자들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평창으로 몰려들었다. '2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 2026)'를 위해서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는 현대차의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CES 2026에서 선보인 '아틀라스'가 불러온 로봇 광풍을 반기는 축제이면서, 향후 한국 로봇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짚어보는 고민의 장이었다.

    핵심은 생성형 AI와 파운데이션 모델을 둘러싼 기대 속에서도, 로봇이 마주한 '현실 세계의 벽'을 다시 직시하려는 흐름이었다. 기조·특별강연에 나선 연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AI 중심 담론의 한계를 짚고, 로봇 기술이 다시 물리와 시스템, 산업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첫 번째 기조 강연자로 나선 박종우 서울대 교수는 "VLA(시각-언어-행동)를 다시 생각하다: 로봇 조작 격차 메우기"라는 주제를 통해 최근 로봇 학계가 데이터와 스케일(Scale)에 집중하며 비전-언어-행동 모델(VLA)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로봇 조작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봇 조작은 접촉 상태에서 운동과 힘을 정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라며, 마찰, 변형, 예기치 않은 접촉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물리 세계의 특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VLA 모델들이 주로 '위치 중심 출력'에 의존하고 있어 조작의 핵심인 힘과 순응(compliance)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데이터 희소성과 시뮬레이터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데이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함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해결책으로 '방법론(Method) 중심'에서 '문제(Problem) 중심'으로의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AI를 휴머노이드에 적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장되기 쉽다"며,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99.5% 이상의 성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로봇 고유의 '귀납 구조'를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구학, 동역학, 제어 이론 등 전통적인 로보틱스 지식을 AI 모델의 바닥 레이어로 삼는 새로운 계층형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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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필 2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 2026) 조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두 번째 기조 강연을 맡은 이홍락 LG AI연구원장(미시간대 교수)은 AI가 단순한 정보 생성을 넘어 에이전트(Agent)로 진화하며 물리 세계와 연결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연구원장은 "AI가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며,
    '챗엑사원(ChatEXAONE)'이 기업 환경에서 계획 수립부터 실행, 평가까지 수행하는 워크 에이전트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원장은 디지털 에이전트 기술이 궁극적으로는 피지컬 AI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학, 생명과학 분야의 자율 R&D 로봇이나 스마트 팩토리처럼, 가상 공간에서 축적된 자율 행동 능력이 로봇 시스템과 결합해 물리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견고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비전이다.

    특별강연에 나선 최혁렬 성균관대 교수(에이딘로보틱스 대표)는 산업 현장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로봇을 '보는 기계'에서 '만지고 일하는 파트너'로 전환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그는 "로봇이 일상과 산업으로 진입하려면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접촉과 힘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핫도그 조리나 샌딩, 폴리싱 등 접촉이 빈번한 작업이 로봇 상용화의 병목 구간이라고 지적하고, 힘 센서가 계측기가 아니라 로봇의 표준 부품이 되어야 한다고 입장이다. 그는 "튼튼하고, 저렴하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센서가 보급되어야 현장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VLA 열풍에 대해서는 "힘 데이터는 물리량이라 노이즈가 심하고 복잡하다"며, 이를 단순히 거대 모델에 넣는 것이 아니라 상태 전환이나 힘의 적정 범위처럼 '유의미한 신호'로 인코딩해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형필 KRoC 2026 조직위원장(성균관대 교수)은 "빅테크 기업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영상 속 로봇과 실제 산업 현장의 간극이 크다. 산업체는 '6시그마(100만 개 중 3, 4개의 불량률)' 수준의 완벽함을 원하는데, 연구실 수준의 기술이나 영상 속 데모는 그 격차를 아직 메우지 못하고 있다. 이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우리 학계의 숙제다"라고 말했다.

    한편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해 총 549편의 논문이 발표되며 4일간의 로봇 축제로 진행된 학술대회는 7일 시상식과 만찬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해 40여곳이 전시에 나섰다. 전시 공간이 부족해 요청한 모든 기업이 참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로봇 컴피티션(Robot Competition) 4족 로봇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홍익대 'ROMODOG' 팀이, DIY 드론 부문에서는 아주대 '임펙트'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AFCV 우수논문상은 인하대 팀(조동진 외)에게 돌아갔으며, 학부생 부문 우수논문상은 서울과기대와 가천대 팀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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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석 한국로봇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일반 부문 우수논문상에는 한양대, UNIST·맨체스터대·KAIST 연합팀, 서울대, KAIST, 아주대 팀이 각각 선정되었으며, 최우수논문상(일반)은 '정전기 클러치를 이용한 독립 3-DOF 굽힘 역감 제시 햅틱 장갑 개발'을 발표한 KAIST 이낙형 연구원 팀(지도교수 경기욱)이 수상했다.

    창의적인 로봇 시연에 시상하는 RED Show에서는 성균관대 팀(안재민 외, 지도교수 최혁렬)이 최우수상을, 서울과기대 팀(임정록 외, 지도교수 정광필)이 학부생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로봇학회 학회상 최우수논문상은 보로스 박현준 책임연구원 팀의 '모방학습 기반 로봇 작업 속도 개선' 논문이 차지했다.

    차기 대회 조직위원장인 김진현 서울과기대 교수는 "내년 대회는 연구자들만이 아니라 로봇에 관심 있는 많은 분이 함께 할 수 있는 대회로 바꿔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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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현 서울과기대 교수가 내년 학술대회의 개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평창=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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