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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리튬금속전지, 2분이면 된다"…GIST, 고속충전 막던 '덴드라이트 벽' 넘었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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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튬 이동 24배 향상·900시간 안정 작동 입증…전기차·ESS용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에 한 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끝판왕'으로 불려온 리튬금속전지가 상용화 문턱에서 번번이 멈춰 섰던 가장 큰 이유는 음극 불안정, 특히 덴드라이트 형성 문제였다. 국내 연구진이 이 난제를 단 2분 공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하며, 고속 충전과 장수명을 동시에 만족하는 리튬금속전지 구현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엄광섭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짧은 전기 신호를 반복적으로 가하는 전기화학적 펄스 공정을 통해 리튬금속전지 음극 계면을 2분 만에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복잡한 공정이나 구조 변경 없이도 리튬 이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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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튬 전착 단계 개념도. 펄스 전기화학 증착으로 만든 SCN 집전체에서는 초기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주석 합금과 무기 성분 중심의 안정한 SEI가 동시에 형성돼, 리튬 이온이 고르게 확산되며 덴드라이트 없는 석출이 이뤄진다. 연구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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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 공정으로 음극 계면 완성…리튬금속전지 최대 난제 정면 돌파

    연구팀은 배터리 음극 집전체로 사용되는 구리(Cu) 표면에 주석(Sn)을 원자 수준으로 극소량 도입해,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주석 도핑 구리 나노와이어 전구체(SCN) 구조를 구현했다. 이 나노 구조는 리튬 금속이 특정 지점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쌓이도록 유도해 덴드라이트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특히 충전 초기에 이 나노 구조가 자연스럽게 고체전해질계면(SEI)으로 전환되면서, 리튬 이온이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형성하는 점이 확인됐다. 그 결과 리튬 이온 이동 속도는 기존 구리 계면 대비 약 24배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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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광섭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이창현 박사과정생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G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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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0회 고속 충·방전에도 용량 98.2% 유지…EV·ESS 적용 가능성 실증

    이 계면 구조를 적용한 리튬금속전지는 9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리튬인산철(LFP) 양극을 적용한 완전셀 시험에서도 1시간 이내 충·방전 조건(1.0C)에서 480회 사용 후 초기 용량의 98.2%를 유지했다. 고속 충전 환경에서도 수명 저하가 거의 없음을 보여준 결과다.

    이는 리튬금속전지가 실험실 단계를 넘어,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공정 시간이 2분 이내로 짧아 기존 배터리 제조 라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엄광섭 교수는 "리튬금속전지 상용화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 온 덴드라이트 문제를 전기화학적 계면 설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간단한 공정으로 고속 충전과 긴 수명을 동시에 확보해, 실제 배터리 제조 공정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ergy Storage Materials에 지난달 29일 온라인 게재됐다. GIST는 해당 기술에 대해 산업적 활용을 염두에 두고 기술이전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배터리의 '가능성'으로만 여겨졌던 리튬금속전지가 공정·성능·수명이라는 3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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