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62만개 오지급 사고 파장
민주당 TF ‘혁신’ 방점 논의 기류 제동
정치권 내부통제 우려 한 목소리 지적
당국, 통제기준 의무화·전수조사 예고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62만개 오지급 사고가 발생하면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인 관련 법안 논의의 무게 중심이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의 자율적인 혁신보단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불가피하게 된 형국이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소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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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이 ‘유령 비트코인’ 62만개를 살포한 초유의 오지급 사태가 발생하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법)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내부 통제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금융 당국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거래소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여당과 핀테크 업체 중심으로 그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혁신성을 강조해 왔지만 이번 빗썸 오지급 사고로 법안 설계 무게 중심이 관리감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디지털자산·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이번 주 통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조율하고 있다. 당 정책위원회에서 금융당국이 마련한 정부안과 TF 통합안을 조율해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TF 차원에서 통합안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당초 이 자리는 자체 통합안을 최종 점검하기 위한 성격이었지만, 주말 새 ‘초유의 오지급 사태’가 발생하면서 단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TF에서는 그간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비롯한 업계의 혁신성에 무게를 두는 기류가 강했다. 금융당국이 주장한 은행권 중심(50%+1) 원화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15~20%) 필요성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정책위가 주도권을 쥐고 2단계법을 조율하는 상황이지만, TF 의원들의 입장은 변수로 꼽혔다. 그러나 빗썸이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비트코인 62만개를 고객 계좌로 전송한 사건이 발생, 내부 통제 허점을 드러내면서 혁신성을 강조해 온 TF 목소리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재 (빗썸)시스템에서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드러났다”며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바꾸려고 하는 쪽(금융당국)에 먹잇감을 준 것과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한 디지털자산업계 관계자는 “직원 한 명이 잘못 클릭해서 벌어진 사태라는 점에서 내부 통제가 취약하고 허위 원장 거래하던 방식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2단계법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파장이 있을 걸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2단계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대주주 지분 제한 관련 이번 빗썸 오지급 사태로 대주주 지분 필요성이 역설적으로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기류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사실 대주주 권한이 강할 때 빠른 대응이 가능한 지점도 있다”며 “아직 2단계법 핵심 쟁점까지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야당 관계자 역시 “대주주 오너의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도 “역설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가 비교적 신속하게 수습됐던 배경에는 대주주의 책임과 빠른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주주 지분이 제한되고 분산될 경우 사고 발생 후 대응이 더딜 수 있는 문제가 있고, 이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간 회색 지대에 놓였던 거래소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입법 대응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전날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점검회의를 열고 2단계법에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중심으로 모든 거래소의 내부 통제 전반을 점검한 뒤, 금융감독원이 현장 점검에 나선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외부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보유 현황을 점검받도록 하고, 전산 사고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의 무과실 책임을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카드업권 간담회 이후 본지와 만나 5대 거래소 조사와 관련해선 “현재는 빗썸 조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조사가 끝난 뒤 자체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이번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 주도의 전사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 피해 구제를 중심으로 한 대응에 나섰다. 이미 매도된 물량(1788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회사 보유 자산을 투입해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 자산 간 100% 이상 정합성을 확보했다. 사고 시간대 비트코인을 저가 매도한 고객에게는 순차적으로 매도 차액 전액과 10% 추가 보상을 지급하고, 사고 당시 접속 고객 전원에게는 2만원을 제공키로 했다.
오는 15일까지 모든 고객에게 전종목 거래 수수료 0% 정책을 시행한다. 향후 유사 사고에 대비해 1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이번 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외형적 성장보다 고객의 신뢰와 안심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더욱 안전한 거래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동현·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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