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4 (화)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불법 판치는 가상자산 환치기…법망 피해 더 교묘해진다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후폭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등 불법 외환거래 잇따라

    외국환 정의 한계…수사·처벌도 어려움

    전문가들 “제도 보완·범부처 대응 필요”

    #. 경기 안산시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던 A씨는 중국 의뢰인들로부터 위안화를 받은 뒤 국내에서 원화를 지급해주는 환치기 거래를 했다. 중국에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매수해 한국 거래소로 옮긴 뒤 원화로 매도하고, 그 대금을 수취인 계좌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A씨는 이를 통해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3239회, 약 385억원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지만 외국환업무 등록은 하지 않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2018고단173)

    #.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계된 환치기 일당은 국내에서 편취한 범죄 자금을 테더(USDT)로 바꿔 빼돌렸다. 이들은 2023년 8월부터 약 한 달 반 동안 해외에서 총 1327만 USDT(약 175억원 상당)를 공급받은 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서 원화를 받아 같은 금액의 테더를 지갑으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환전을 진행했다. 이렇게 모인 원화는 국내 환치기 관리책에게 전달돼 테더 대금 명목으로 정산됐다. (대법 2025도4431)

    각기 다른 사건에 대해 법원은 모두 피고인들의 무등록 외국환업무를 인정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갈수록 수법이 정교해지는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환거래를 막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일 열린 ‘초국가범죄와 가상자산 국회 정책세미나’에서 정영기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의 대표 유형으로 환치기와 국내외 시세차익(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외환거래를 꼽았다. 그는 “전통적 환치기는 한국 업자와 해외 업자간 신뢰를 전제로 한다면 가상자산을 활용한 환치기는 코인을 매개로 (자금을) 곧바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환치기는 더 빠르고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정 변호사는 외국환거래법의 가장 큰 한계로 ‘외국환’의 정의를 지목했다. 현행법은 외국환을 ▷대외지급수단 ▷외화증권 ▷외화채권 ▷외화파생상품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일반 가상자산은 외화 기준으로 가치가 환산될뿐 법적 ‘외국환’에 해당하지 않아 단순 가상자산 이전은 규제 대상에서 빠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대외지급수단에 가상자산을 넣는다고 해도 또다른 딜레마가 생긴다”며 “국가가 비트코인을 외화와 비슷하게 결제수단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수사 단계에서 해외 자금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 변호사는 “해외 업자로부터 비트코인을 받은 뒤 곧바로 처분하지 않고 중간에 국내 업자들을 여러 명 끼우면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누구의 돈으로 거래했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됐다. 투자자 자금을 모아 해외로 보내거나 타인의 의뢰를 받아 코인을 사고팔면 무등록 외국환업무 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개인 자금으로 차익 거래를 할 경우에는 규제 적용이 쉽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또 해외 송금을 기준 금액 이하로 쪼개 보낼 경우 개별 거래가 처벌 기준에 미치지 않아 형사처벌이 어려운 구조도 한계로 꼽혔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도 규제 불확실성에 공감했다. 그는 “(현행 제도에서는)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합법인지 상당히 모호하다”며 “법원도 외환거래법 저촉대상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 변호사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구조 자체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라 봤다.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해외에서 발행·채굴되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은 사실상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주식시장처럼 해외 투자자 자금을 유치하는 구조와 달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자산을 사는 흐름만 고착돼 있다”며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동도 입법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처럼 관세청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예은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